김영준

2021년 3월 17일3분

신뢰하는 버디에 대하여

2021년 7월 19일 업데이트됨

해외에서 활동할 때 있었던 일이다. 휴가차 며칠 동안 다이빙 여행을 온 다이버가 있었다. 그는 중급 다이버로서 여러 지역에서 다이빙을 해왔다고 했다. 일정 중 한 날, 여러 다이버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이빙을 나서게 되었다. 여느 날과 다름없이 자신이 사용할 장비를 조립하고 버디를 정하고 브리핑을 하고 포인트에 다다라 입수를 했다. 파고는 잔잔했고 조류도 없었으며 시야도 좋았다. 다이버의 염원인 야생의 고래상어를 만날 확률이 높은 포인트여서 우리는 내심 기대를 걸었다.

순조롭게 진행되던 중에 다이버 한 명이 보이지 않음을 알았다. 바로 그 휴가차 여행 온 다이버였다.. 브리핑 때 약속했던 데로 주위를 1분여 찾아본 후 우리 모두 수면 위로 올라왔다. 수면 위에서 한참을 찾고 기다렸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많은 없어 우리는 보트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그는 보트 위에 있었다.

처음에는 부력 조절에 실수가 있었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솔직했던 그의 대답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수중에서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고 감당이 되지 않아 수면 위로 올라왔다는 것이다. 숨을 참았거나 급상승을 한 것은 아니라고 하였고 안전 정지를 꼭 해야 하는 수심과 시간은 아니었으므로 그 후 별다른 문제는 없었다.

사람의 심리상태는 처한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경험이 부족한 다이버일수록 수중에서와 같은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는 더욱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이 다이버는 강습을 받았고 그에 상응하는 자격과 경험이 있었음에도 그것을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 자신이 사용하는 장비를 믿지 못했고 버디가 곁에 있었음에도 그를 신뢰하지 못했다. 눈으로는 글을 읽었으나 무슨 뜻인지 이해하지 못 한 것과 같이 배우기는 했으나 제대로 터득하지는 못 한 것이다.

'제대로 받은 강습을 믿고, 잘 관리된 장비를 믿고, 서로 신뢰하는 버디를 믿어라. 단, 자연은 절대로 믿지 마라.'

이 슬로건은 믿음이라고 하는 심리적인 요인을 저변에 깔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강습과 장비와 버디를 잘 챙겨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에 덧붙여 놓은 수식어가 바로 핵심이다. 강습을 받았으되 '제대로 배운 것'을 믿어야 하고, 장비를 사용하되 '스스로 확인하여 이상이 없음'을 믿어야 하며, 버디는 있으되 '서로 신뢰하는 관계'임을 믿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믿음이 서지 않는다면 다이빙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날의 다이빙을 그르친 이유로 그 다이버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의 배움과 믿음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함께하는 사람들이 믿음을 주지 못했을 수도 있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아무도 원치 않았지만 누구라도 그럴 수 있으며 같이 하기로 한 이상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이빙의 궁극적인 목표는 함께 하는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계획한 다이빙을 마치는 것이다. 단 한 명의 불신은 모두의 다이빙을 망치게 할 수도 있다. 물속을 동행하기로 했다면 우리 모두는 서로를 신뢰해야만 한다.

강사가 되어 강습을 진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의 일이다. 그 학생 다이버는 물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다. 어찌어찌 진행하여 마침내 개방수역 다이빙을 하는 날이 왔다. 입수하기 전 부위를 잡고 수면 위에 떠 있던 다이버는 갑자기 첫 번째 수영장 연습 때처럼 공포심을 토로했다. 나는 또다시 부드러운 말로 어르며 나를 믿으라고 독려였다. 그녀가 내게 나직이 말했다.

"강사님은 정말로 믿는데요... 제가 제 자신을 못 믿겠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순간이었다. 버디가 나를 믿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 아니라 그전에 자기 자신을 믿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실행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시간에 구애된 강습은 자신의 믿음마저 의심께 하는 상황을 낳는다. 불안정한 학생 다이버는 강사를 믿고 의지할 수 있는 반면에 강사 다이버는 버디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강사라고 해서 버디가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니다. 누구나 똑같이 대자연에 놓인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실행의 기반과 시간의 기반은 자본이 이끄는 사회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 내에 정확히 실행하여 자신의 믿음은 물론 버디의 신뢰까지 얻어내야 한다. 이렇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곧 그것에 믿음이 생겼다는 것을 의미한다. 믿음이 굳건할수록 그것에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스쿠버다이빙과 같이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며 여럿이서 함께 하는 활동일수록 실행 기준을 철저히 세워야 한다. 모두가 똑같은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것이 아니라면 기준을 보수적으로 적용하는 것이 현명하다. 바로 그 지점에서 서로 신뢰하는 버디 관계가 성립이 되고 믿음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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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로건의 말미에 '단, 자연은 절대로 믿지 마라.'라고 꼬리를 달았다. 경험을 쌓을수록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오직 대자연뿐이었다. 자연은 변화무쌍한 것이므로 어느 때고 환경이 바뀔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오직 내 마음뿐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무엇이 흔들릴지 몰라 서로 신뢰하는 버디와 함께 다이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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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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