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쿠버다이빙 강사로서 가장 기분 나쁜 상황을 꼽으라면 바로 이때다. 다이빙을 배우겠다며 온 다이버가 그전 과정을 엉망으로 배워왔을 때. 학생은 본인이 무엇을 모르는지, 또 무엇을 안 배웠는지도 모른 채 호기롭게 다음 과정에 임하려 한다. 뜀박질을 배우고자 왔는데 걸음마는커녕 여전히 기고 있으니 어찌 뛰는 법을 가르칠 수 있으랴.
스쿠버 강습은 본디 셔츠의 단추를 차례로 꿰어나가듯 하나로 연결되어 있다. 앞선 과정에서 배우지 않았다면 그다음 과정의 커리큘럼을 제대로 진행할 수 없거나 아예 실행이 불가능하다. 등록한 과정을 매끄럽게 진행하려면 그전 과정에서 배웠어야 마땅한 것을 새로 가르쳐 줘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결제는 다른 곳에 하고 자격증도 다른 강사 이름으로 받아놓고서, 강습은 여기서 받게 된 상황이 어찌 황당하지 않을 수 있을까.
다이버가 다이빙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강사 탓이다. 제대로 못 가르쳐서 그렇다. 강사가 무엇을 어떻게 가르쳐야 하는지에 대한 개념이 바로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보다 더 큰 이유는 알면서도 대충 가르쳤거나 안 가르쳐서이다. 세상에 그런 강사가 있을까? 그렇다면 왜 그런 걸까? 강습생의 '실행'이 아닌 '시간'에 기반을 두었기 때문이다. 강습 시간이 길면서 대충 가르치기는 어렵고, 시간이 짧으면서 제대로 가르치기는 더 어렵다. 몰라서 그런 것은 배움과 경험 부족 탓이라면 알면서도 그런 것은 철학과 마음가짐의 문제다.
다이빙을 못하는 나머지 이유는 다이버 본인 탓이다. 미사여구에 현혹되어 혹은 값싸다고 그 숍, 그 강사를 선택하지 않았나. 선택에는 의당 책임이 따른다. 재능 기부나 초보 강사의 경험 쌓기가 아닌 다음에야 오십 원을 받고서 백 원어치를 가르쳐 줄 강사는 없다. 대충 가르쳐 줄 테니 대신 반값만 받겠다는 강사는 없으며, 반값만 낼 테니 대신 대충 배우겠다는 학생 또한 없다. 싸고 빠르면서 제대로 교육받기를 원하는 것은 얼마나 큰 욕심인가. 받은 만큼 가르치고 낸 만큼 배우는 것이다.
잘하려면 제대로 배워야 하고, 제대로 배우려면 상응하는 시간이 필요하며, 시간을 얻으려면 응당한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 시장경제체제하에서 시간과 비용은 동일한 가치임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그렇기에 강습은 하세월 할 수는 없음을 강사와 학생 모두의 동의하에 진행된다. 강습을 주도하는 강사는 같은 비용이라면 시간을 최소화하는 것이 득이다. 동시에 같은 시간이라면 참여 인원을 최대화하는 것 또한 득이다. 시간과 인원을 벌기 위해서는 중요한 몇 가지 기준을 살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교육 단체에서 정한 '강습 규정'과, 강습에 임하는 '참여 인원'과, 그에 따른 '소요 시간' 이 세 가지다.
강습 규정을 준수하며 시간은 줄여나가고 인원은 늘려나가는 것. 바로 이것이 강사의 강습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최종 목표라 할 수 있다. 규정과 인원, 시간 이 셋 중 첫 번째 기준으로 삼아야 할 것은 강습 규정이다. 그다음 기준은 강습 규정에 따른 커리큘럼을 온전하게 전달 가능한 인원수다. 소요 시간은 가장 마지막에 정할 기준이다. 아니, 엄밀히 말하자면 시간은 정하는 것이 아니라 정해지는 것이다. 강사의 역량과 상황에 따라 인원과 시간은 조절할 수 있지만 강습 규정은 조율 대상이 될 수 없다. 다이버가 다이빙을 못하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이 기준 적용의 순서를 잘못 택했기 때문이다.
스쿠버다이빙 강습은 완벽할 필요까지는 없지만 완전해야 할 필요는 있다. 학생 다이버가 강사만큼 해야 하는 것은 아니지만 알아야 할 것은 꼭 알아야 하고 해야 할 것은 꼭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이 기준에 입각하여 순서를 정하자면 이렇다. 우선은 강습 커리큘럼을 온전히 전달하기 위해 물리적으로 필요한 적정 시간을 헤아린다. 그런 다음 강사의 역량과 여건에 따라 소화 가능한 최대 참여 인원을 정한다. 만약 상정한 시간 안에 커리큘럼을 온전히 전달할 수 없다면 시간을 늘리거나 인원을 줄일 수밖에 없다. 변수와 실패율을 최소화하기 위한 스케줄 조율과 시간의 여유를 두는 것도 고려해야 한다. 바로 이 시점에서 강사의 고뇌는 시작된다.
'최대 인원'과 '최소 시간'을 조율하는 기준이 되는 '강습 규정'은 강습 역량을 높이기 위한 첫 번째 고민이어야 한다. 어떻게 하면 못하는 학생을 할 수 있게끔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잘하는 학생을 더 잘하도록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주어진 시간 안에 규정을 준수하며 모든 커리큘럼을 명확히 전달할 수 있을까? 강사는 이와 같은 질문에 끊임없이 궁리해야 한다. 이에 적절한 답을 구했다면 그다음 순서로 인원과 시간을 버는 것에 대해 강구할 수 있다. 고민의 순서는 지켜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강습 역량은 결코 강화되지 않는다. 이것을 연구하는 것이 강사의 숙제이며 잘 풀수록 역량은 높아 갈 것이다.
강습 역량은 강사가 갖춰 나가야 할 여러 가지 항목 중 하나에 불과하다. 수중 세상과 생태계에 대해 더 깊이 이해하는 것, 새로운 분야에 대해 배우고 익혀 나가는 것, 함께하는 팀을 더 안전하고 즐겁게 인솔하는 것, 수중 항법 기술을 보다 세밀하게 다지는 것, 수중 생물 이름 익히는 것, 환경 보호에 앞장서는 것 등등, 강사로서 끊임없이 공부하고 노력해야 할 영역들이 참으로 많다. 또한 다이빙을 업으로 삼는 프로페셔널이라면 다이빙 산업의 근간인 '4E 시스템'과 고객의 '유치와 유지'에 관한 이해는 반드시 갖춰야 할 역량이다.
조고각하(照顧脚下) - 다리 아래를 살피다.
강사의 역량을 강화하는 길은 참으로 많다. 그러나 우선은 처음으로 돌아가 나의 다리 아래를 살펴보자. 강사의 진정한 역량은 오래된 수많은 자격증이나 비싸고 으리으리한 장비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학생 교재와 강사 매뉴얼, 고뇌의 흔적이 켜켜이 담긴 로그북, 그리고 섬돌 위에 신발을 가지런히 벗어 두는 것에서부터 시작한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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