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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는 가라

작성자 사진: 김영준김영준



제주도 남쪽에 다이빙으로 유명한 섬이 하나 있다. 때는 한여름의 주말이었고 날씨도 좋아 많은 다이버들이 와 있었다. 입수를 위해 준비하던 중 저 멀리 수면 위에 한 다이버가 떠있는 것이 보였다. 그곳은 섬과 섬 사이의 수로 지형으로 조수 간만에 따라 물살이 무척 강할 때가 있다. 상황을 보아하니 함께 들어갔던 팀과 떨어져 홀로 떠버린 모양이다. 다시 내려가지도 못하고 있고, 그렇다고 찾으러 오는 팀도 없다.


결국 섬 쪽으로 오려고 바둥대는데 강한 물살 때문인지 좀체 가까워지지 않는다. 그대로 두었다가는 망망대해로 떠내려갈 판이다. 주위에 있던 부이를 찾아 라인을 묶어 던져주어 섬까지 끌어왔다. 갯바위 위로 기어 올라와야 하는데 기운이 없는지 정신이 없는지 오르질 못 한다. 장비를 벗으라고 했지만 엉켜버린 장비가 익숙지 않은지 주체를 못 한다. 하는 수없이 여럿이 달라붙어 그 상태로 끌어올렸다. 지금도 그 다이버가 다이빙을 계속하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 다이버는 백플레이트형 부력조절기와 롱 호스 타입 형태의 호흡기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다. 당시 유행하기 시작하던 장비 형태로 지금도 많은 다이버들이 선호한다. 백플레이트형 BCD는 한 줄의 웨빙으로 몸통과 가랑이를 꼭 맞게 감싸고 그 위에 호흡기 호스들을 목과 몸통에 두른다. 주로 대심도 감압 다이빙이나 케이브 다이빙과 같은 형태에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장비 사용은 그것이 유익한 점이 많고 또 팀과 함께 하는 활동에 지장이 없다면 딱히 구분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스쿠버다이빙 장비 또한 물놀이 장난감에 불과하고 선택은 각자의 취향일 뿐이다.



시대의 변천에 따라 스쿠버다이빙 장비도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들이 나온다. 내연 기관 자동차에서 점차 전기차로 변모해 가는 것처럼 이 또한 당연한 수순이다. 새 옷이나 신발을 산 게 아닌 이상, 최신형 휴대폰이나 생소한 시스템의 자동차를 사용한다면 우선 그에 대한 사용법을 익혀야 할 것이다. 하물며 뭍에서 쓰는 것도 이러할진대 물속에서 사용할 새로운 시스템의 스쿠버 장비라면 두말할 필요도 없다. 어떤 장비를 사용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사용법을 제대로 아느냐가 중요하다. 만약 그렇지 않다면 예의 그 다이버와 같이 어느 날 봉변을 당하고서 다이빙을 심각하게 고민하게 될지도 모른다.



소싯적 '한 게임할까?'라고 하면 당연히 당구 게임을 말하던 때가 있었다. 군 복무 시절에 만난 한 간부는 만다마였다. 만다마란 숫자 만(萬)에 구슬의 일본어인 다마(たま)를 합친 말로 당구 게임의 최고수를 일컫는 속어다. 그를 이기는 상대는 없었다. 내가 그를 지금까지도 기억하고 있는 이유는 그가 당구를 잘 쳐서만 이 아니다. 그는 누가 봐도 자세가 엉성했고 큐를 잡는 방식도 독특했다.


겉으로 보면 대충 하는 것 같지만 그 내면에는 오랫동안 축적된 내공이 있는 것이다. 종종 무림 영화에서 보던 최고의 고수는 어수룩한 촌로처럼 행세하지 않았던가. 만다마 중사는 오랜 기간 동안 기본기를 다지고서야 비로소 자신만의 스타일을 가지게 되었을 것이다. 그 사람이 당구를 잘 치게 된 '결과'는 그동안의 기나긴 '과정'이 있었기 때문이다. 이 과정을 등한시한 채 완성된 결과만을 보고 따라 하다간 고수는커녕 그저 어설픈 시골 노인이 되고 말뿐이다.



수영장이나 다이빙 여행을 가면 이런 부류의 다이버들을 종종 본다. 유튜브 강사님을 통해 배운 건지 아니면 어디에서 어깨너머로 본 건지는 모르겠지만, 장비 세팅도 요상하고 물속에서 자세도 영 어색하다. 본인의 안전은 물론 버디에게 도움을 줄 수도, 받을 수도 없는 장비 세팅은 위험천만해 보이고, 로봇 같은 부자연스러운 자세는 안쓰럽기까지 하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다이버라면 초보자의 티가 나는 것은 당연하다. 또한 경험 있는 다이버를 무작정 따라 하는 것도 때론 배움을 얻는 괜찮은 방법일 수 있다.


다만 짚고 싶은 점은 그것을 왜 하는지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는 것이다. 왜 그 장비를 사용하는지, 왜 그렇게 세팅해야 하는지, 왜 그 자세를 취해야 하는지, 왜 그렇게 하면 안 좋은지...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하는가를 배우기에 앞서 '왜' 하는가를 알아야 한다. 보이는 모습은 결과다. 결과를 얻으려면 과정을 거쳐야 하고 과정에 임한다면 이유를 물어야 한다. 왜 하는지에 대한 까닭을 알면 무엇을 어떻게 해도 당당하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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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김영준
02 avr. 2021

껍데기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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