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빙과 자격증에 대하여

7월 19일 업데이트됨




소싯적 배낭여행을 다닐 무렵, 방콕에 있는 여행자 거리 카오산에 가면 자격증을 만들어 주는 곳이 있었다. 여행자들은 주로 국제학생증이나 국제교사증을 주문했다. 우리 돈으로 단돈 오천 원을 들이면 나름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다. 국제자격증은 인증기관의 공신력을 인정하는 거의 모든 지역에서 신분증으로 활용할 수 있다. 비용을 아끼려는 배낭여행자들에겐 신분증의 용도보다는 박물관이나 관광지 등의 입장료 할인이 주 목적이다. 그곳에서는 학생증이나 교사증 뿐만이 아니라 원하는 거의 모든 자격증을 취급하고 있었다.

태국에서 강사로 활동할 무렵, 친구와 함께 다이빙 강습을 받으러 온 학생이 있었다. 그는 강습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듯했고 참여에도 적극적이지 않았​다. 나온 김에 국제 공인 자격증 하나 얻는 것도 괜찮지 않겠느냐는 친구의 설득에 마지못해 따라왔다고 한다. 막상 강습에 임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해야 할 것들이 너무도 많다는 것이다. 긴 영상 보기와 두꺼운 교제며 일정 외의 자율학습 과제에 시험도 치러야 한다. 자격증을 가지는 것이 목적이라면 굳이 비용과 시간과 노력을 들여 하기 싫은 거 할 필요는 없지 않은가. 나는 그에게 예의 그 방콕의 '자격증 가게'를 소개해 주려냐고 제안했다. 반은 농담이었다.



다이버 자격증은 일반적으로 '서티피케이션(Certification)'이라고 부른다. 이것은 증명서, 인정증, 자격증 등으로 해석된다. 혹자는 '라이선스(License)'라는 용어를 사용하기도 하는데, 라이선스란 의사면허나 운전면허와 같이 행정상의 허가나 법률로서 허용하는 전문적인 면허를 뜻한다. 여러 레저스포츠 중 하나인 스쿠버다이빙 활동을 법률로서 규제하고 있는 것은 아니므로, 그 자격을 라이선스로 칭하는 데는 무리가 있지 않나 싶다. 그것을 무엇이라고 부르든 무언가를 배워 자격을 얻는다는 것은 기분 좋은 일이다. 자격을 증명하는 작고 네모난 카드는 노력과 시간과 비용을 투자한 결과물로서 뿌듯하기까지 하다.

오래전 대학의 스쿠버다이빙 동아리에서는 다이빙을 강사가 아닌 선배를 통해서 배우는 경우가 많았다. 3학년이 2학년을 가르치고 2학년이 1학년 신입생을 가르치는 방식이다. 다이빙을 전수받은 후배의 자격증은 외부의 아는 강사를 통해 발급되었다. 장비가 그리 여유롭지 않은 팀의 신입생들은 다이빙은커녕 장비를 제대로 만져보지도 못했다. 체계화된 커리큘럼이나 강습 자료가 거의 없던 터라 군대식의 거칠고 고압적인 교육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꿈과 희망을 품고 동아리에 들어섰던 신입생들은 이를 견뎌낸 소수만이 살아남아 다이버가 되었다. 다이빙 산업이 발전하고 저변화 됨에 따라 지금은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 행하는 곳은 없을 것이다. 다이버의 강습 방식은 변모해 왔지만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매력적이다.


국내에서 한창 유명했던 스쿠버다이빙 동호회를 운영하던 분과 다이빙을 함께 한 적이 있다. 진행 전에 몇 가지 서류와 다이버의 정보를 작성하는데, 거기엔 다이빙 횟수를 적는 란도 있었다. 그는 다이빙 횟수를 헤아려 본 지가 꽤 오래전 일이라며 "아마도 만 번은 했겠죠"라고 말했다. 만 번의 다이빙이라... 일 년 삼백육십오일을 하루도 빠짐없이 매일 한 번씩 꼬박 30년을 해야 한다. 당시 초보 강사였던 나는 이 경이로운 경험을 가진 다이버와 함께 다이빙할 영광을 누렸다. 그는 웨이트를 무겁게 차는 것을 선호한다고 했다. 그리고 다이빙을 하는 내내 바닥을 기어 다녔다. 그것도 그가 선호하는 방식이었는지는 묻지 않았다. 아마도 그때부터인 듯하다. 아무리 날고 긴다 해도 담가봐야 안다.

"이번에 자격증을 받을 수도 있겠군요~"

해양 실습 차 바다에 갈 때면 강습생에게 실제로 하는 말이다. 나를 포함해 모두들 강습이 완성되기를 기대하지만 자격을 꼭 받게 될 것이라는 약속은 금물이다. 자연이 하는 일과 강습생의 실행 달성 여부는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자격증은 실행에 대한 성취감을 갖게 하고 다이빙의 의욕을 북돋운다. 그러나, 이러한 순기능을 가지고 있다고 해서 본말이 전도될 수는 없다. 다이빙을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할 수 있지만 자격증이 있다고 해서 다이빙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궁극적인 목적은 다이빙을 즐기는 것이고 자격증은 그 목적을 위한 수단이자 과정일 뿐이다.

대부분의 다이브 숍과 강사들은 스쿠버다이빙 자격증을 판다. 비용을 받고 일련의 강습을 진행한 후 그 마지막 단계로 자격증을 주는 방식이다. 언뜻 보기엔 다이버 자격증을 받기 위해 다이빙을 배운다고 생각한다. 다이빙을 위한 자격증이 아니라 자격증을 위한 다이빙이 목표가 되어버린다. 제대로 배우고자 하는 마음은 뒷전에 미뤄두고 오로지 싸게, 빨리, 쉽게 자격증을 받을 것만 생각한다. 강사는 받은 만큼 가르치고 알람이 울리면 자격증으로 마무리하고 새 손님 맞을 준비를 한다. ​지나고 나면 다이빙을 제대로 할 수 없음을 깨닫지만 서로 합이 맞았으니 누구를 탓할 것인가.

다이빙을 하려면 자격증이 필요한 게 아니라 다이빙을 배워야 한다. 반만 배워서도 안 되고 대충 배워서도 안되고 오직 잘 배워야 한다. 여타 운동이라면 대충 배웠어도 잘 못하면 그만이지만, 스쿠버다이빙은 잘 못하면 정말로 그만하게 될 수 있다. 제대로 배우지 못했음에도 강사가 자격증을 주려고 한다면 잠시 넣어두라고 말하라. 그리고 제대로 더 가르쳐달라고 요구하라. 강사의 노고와 시간을 추가로 제공받음에 정당하게 지불하라. 강습 자체를 다이빙을 즐기는 과정으로 여겨야 한다. 자격증 따위는 잊어버리고 제대로 배우는 것에 집중하라. 자격증으로 다이빙할 수 없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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