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역할에 대하여

7월 19일 업데이트됨




강습 차 수영장에 가면 여러 부류의 다이버들을 본다. 팀마다 교육 단체도 다양하고 구성원의 분위기나 강사의 진행 방식도 제각각이다. 물에 들어가기 전에 장비를 세팅하고 브리핑도 하려면 진행할 장소가 필요하다. 성수기의 주말처럼 이용객이 많은 날에는 실내의 그리 넓지 않은 공간을 서로 나눠서 이용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도 다른 부류가 있다.



장비 가방이나 슬리퍼 등의 소지품을 단정하게 정돈해 놓은 팀이 있는가 하면, 여기저기 널브러뜨려 놓은 팀도 있다. 정돈해 놓은 팀과 널브러뜨려 놓은 팀은 원래 그런 성향의 사람들끼리 모이는 것일까. 그것은 단지 인솔 강사의 팀원에 대한 제안 한 마디가 있고 없음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물에 들어가 있으니 강사가 누군지는 알 수 없지만 잘 정돈해 놓은 팀의 강사에게는 내심 신뢰감을 느낀다. 그 강사와 함께 하는 다이버들은 타인을 배려하는 매너와 함께 실력도 좋은 다이버가 될 것이라는 생각을 가지게 한다. ​




한여름 수영장 이용객이 많은 날 풀 안에 들어가면 그야말로 물 반 다이버 반일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는 강습의 매끄러운 진행은커녕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정신이 하나도 없다. 이제 막 시작하는 다이버들은 마음처럼 몸이 잘 가눠지지도 않을 테고 시야도 좁기 마련이다. 공기 중에서는 본능처럼 작동하던 감각이 무중력에서도 작용하기 까지는 시간이 걸린다. 그렇게 우왕좌왕하다 보면 오리발로 다른 다이버를 차기도 하고 메고 있는 실린더로 다른 다이버와 헤딩을 할 때도 있다.



정작 본인은 무슨 상황인지 파악하지도 못 한 채 제 갈 길을 간다. 나는 느닷없이 봉변을 당한 다이버나 그의 리더를 향해 합장을 하고 머리를 숙여 사과의 뜻을 표한다. 이런 상황은 복잡한 수영장에서는 종종 있는 일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사들은 으레 서로 이해하며 넘어간다. 가끔은 실수로 해를 끼친 다이버를 과격하게 밀치거나 날카로운 눈빛으로 쏘아보는 강사도 있긴 하다. 그 강사의 학생이 다음에 다른 누군가에게 실수를 하게 되면 그때 합장의 의미를 떠올리게 될 것이다.




수영장에서도 그렇듯이 여러 팀들이 한 장소에 모여 다이빙을 진행하다 보면 각자 그들만의 문화가 있음을 본다. 선호하는 장비 스타일이나 관심 분야는 물론 사용하는 용어나 다이빙을 진행하는 방식도 다양하다. 이것은 보통 그 팀의 리더나 강습을 주관해 온 강사의 영향이 클 수밖에 없다. 인솔 강사를 통해서 다이빙을 처음 배웠거나 오랫동안 함께 하다 보면 자연스레 리더의 스타일을 따라가게 마련이다. 이러한 경향은 비단 물 밖에서뿐만이 아니라 물속에서도 나타난다.



수중에서 다이버들을 인솔하다 보면 내가 하는 행동을 따라 하는 것을 볼 때가 있다. 유영하는 자세나 핀킥은 물론 나만의 독특한 동작이나 개인적인 습관까지 다양하다. 다이버들은 그들의 인솔 강사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하고 모방하면서 배우는 것이다. 강사가 수중생물을 만지면 학생 다이버도 똑같이 따라 한다. 강사가 쓰레기를 주우면 학생 다이버도 그렇게 따라 한다. 이처럼 ​팀원들은 그 그룹을 이끄는 리더의 행동 양식과 의식까지도 닮아간다.




다이빙을 해 오면서 기억에 강하게 남아있는 몇몇 장면들을 떠올려 본다.

동남아시아의 어느 지역 돌산호에 새겨 놓은 한글 이름은 국제적인 망신이었다.

다가오는 고래상어를 와락 안아버린 어느 다이버는 뭇매를 맞고 섬에서 쫓겨날 뻔 했었다.

어느 다이버가 한 손엔 작살을, 한 손엔 월척을 높이 들고 해맑게 웃고 있던 사진은 SNS 상에서 한동안 떠들썩 했었다.

해장 다이빙 한답시고 아침부터 술 냄새 풀풀 풍기던 어느 다이버는 주위 사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었다.



다이빙 포인트에서 발견된 희귀 열대어가 담긴 비닐봉지의 주인을 수소문했으나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산호를 밟고 올라서서 쉬고 있던 스노클러들을 본 다이버들은 분노와 안타까움이 뒤섞였다.

다이브 숍의 샤워실 안 아이스박스에 가득 차 있던 해산물을 본 학생 다이버들은 큰 충격을 받았었다.

구멍에 들어가 있는 랍스터의 더듬이를 양손으로 잡고 끌어당기던 어느 다이버는 주위 사람들을 경악게 했었다.

더 흥미로운(?) 일화들도 많지만 이즘에서 수위를 조절한다.




이런 웃지 못할 상황들은 왜 벌어졌을까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그저 개인의 잘못이나 일탈로만 치부해야 할까. 정황을 살펴보면 자신의 행동이 그릇된 것임을 인식조차 못 하고 있는 경우도 있다. 강사로부터 관련된 내용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거나 함께하는 동료들이 이미 그렇게 행해왔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식으로 여겨왔던 것이 단체로서 행동할 때 그 도덕적 기준의 고삐가 때론 느슨해지기도 한다. 잘못된 행위를 몰랐다고 해서 정당화될 수는 없다. 마찬가지로 강습을 주도하고 팀을 이끄는 강사 또한 그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는 없다.



강사가 하는 모든 언행은 그를 통해 무언가를 배우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무의식적으로 투영된다. 무심코 던진 말 한마디, 의미 없는 동작 하나, 장난삼아 하는 행동들은 그들의 뇌리에 남겨진다. 다이빙을 안전하게 잘 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은 중요하다. 그것이 충족되었다면 주위를 둘러보자. 다이빙은 여럿이서 함께 하는 활동인 만큼 서로 간의 존중과 배려, 양보와 협력이 요구된다. 이것은 강사의 도덕 수업이 아닌 솔선수범으로서 그 효과를 발휘한다. 하수는 기술을 가르치고 고수는 문화를 전수한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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