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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뢰하는 버디에 대하여

작성자 사진: 김영준김영준



휴가차 다이빙 여행을 온 한 손님을 맞은 적이 있다. 당시 그는 초급 레벨이긴 했지만 몇몇 지역에서 다이빙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일정 중 어느 날 우리는 여러 다이버들과 함께 팀을 이뤄 다이빙을 나섰다. 여느 때와 같이 장비를 준비하고 버디를 정하고 브리핑을 하고 포인트에 다다라 입수했다. 화창한 날씨에 바다 컨디션 또한 좋았다. 야생의 고래상어를 만날 확률이 높은 포인트여서 우리는 내심 기대를 걸고 있었다.



순조롭게 진행하던 중 어느 순간 일행 한 명이 보이지 않았다. 예의 그 휴가차 여행 온 다이버였다. 브리핑 때 논의했던 데로 우리는 주위를 1분여 찾아본 뒤 수면 위로 올라갔다. 물 위에 떠서 한참을 찾고 기다렸지만 그는 보이지 않았다. 망망대해에서 하염없이 기다릴 수많은 없어 우리는 보트로 이동했다. 다행히도 그는 보트 위에 있었다.


처음에는 부력 조절에 실수가 있었나 보다 싶었다. 하지만 솔직했던 그의 대답은 그것이 문제가 아니었다. 갑자기 알 수 없는 공포가 밀려왔고 감당이 되지 않아 이내 수면 위로 올라갔다는 것이다. 숨을 참거나 상승을 급히 한 것은 아니라고 하니 그 후 별다른 문제는 다행히 없었다.



사람의 심리상태는 처한 환경에 따라 변하기 마련이다. 경험이 부족한 다이버일수록 수중에서와 같은 익숙지 않은 환경에서는 더욱 불안정할 수밖에 없다. 팀을 버리고 홀로 올라가버린 그 다이버는 강습을 받고 자격을 얻었음에도 그것을 옳게 사용하지 못했다. 받은 교육을 믿지 못했고, 사용하는 장비를 믿지 못했으며, 곁에 있던 버디도 믿지 못했던 것이다.


'믿을 것은 오직 제대로 받은 교육과, 잘 관리된 장비와, 서로 신뢰하는 버디뿐이다.'

이 슬로건은 믿음이라고 하는 심리적인 요인을 저변에 깔고 있다. 그리고 이것은 단순히 '강습'과 '장비'와 '버디'를 잘 믿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이에 덧붙여 놓은 수식어가 전하고자 하는 핵심이다. 강습은 받았으되 '제대로 배운 것'을 믿어야 하고, 장비는 사용하되 '스스로 확인하여 이상이 없는 것'을 믿어야 하며, 버디는 있으되 '서로 신뢰하는 관계'임을 믿어야 하는 것이다. 만약 이러한 믿음이 단 하나라도 서지 않았다면 다이빙을 하지 말라고 권하고 싶다.



그날 모두의 다이빙을 망친 이유로 한 다이버만을 탓할 수는 없다. 그의 배움이나 믿음이 부족했던 게 아니라, 오히려 함께하는 이들이 그에게 신뢰를 주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시시비비를 따지는 것은 부질없다. 누구라도 그럴 수 있으며 같이 하기로 한 이상 모든 상황을 받아들여야 한다. 다이빙의 궁극적인 목표는 함께 하는 모두가 안전하고 즐겁게 계획한 다이빙을 마치는 것이다. 단 한 명의 불신은 모두의 다이빙을 그르치게 할 수도 있다. 물속을 동행하기로 했다면 우리는 서로를 신뢰해야 한다.


강사가 되고 강습을 진행한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강습에 임하던 그녀는 물에 대한 공포가 극심했다. 어찌어찌 진행하여 마침내 개방수역 세션을 하는 날이 왔다. 수면 위에서 하강 라인을 잡고 떠 있던 그녀의 눈빛이 첫날 수영장에서처럼 불안해져 있었다. 나는 부드러운 말로 어르며 나를 믿으라고 다독였다. 그때 그녀가 나직이 말했다. "강사님은 정말로 믿는데요... 제가 제 자신을 못 믿겠어요." 머리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순간이었다. 버디가 나를 믿도록 하는 게 관건이 아니라, 그전에 자기 자신을 믿도록 해야 하는 것이다.



실행에 기반을 둔 것이 아닌 시간에 구애된 강습은 자신의 믿음마저 의심케 하는 상황을 낳는다. 불안정한 학생 다이버는 부득불 강사를 믿고 의지할 수는 있을지언정, 강사 다이버는 버디를 신뢰할 수 없게 된다. 강사라고 해서 버디가 필요 없는 존재는 아니다. 누구나 똑같이 대자연에 놓인 한 점 티끌에 불과하다. 실행의 기반과 시간의 기반은 자본이 이끄는 사회에서 이상과 현실의 괴리일 수밖에 없다. 한정된 시간 안에 정확히 실행하여 저 자신의 믿음은 물론 버디의 신뢰까지 얻어내야 한다. 이렇게 풀어야 할 숙제가 하나 더 늘었다.


경험이 있다는 것은 곧 그것에 믿음이 생겼다는 것을 뜻한다. 믿음이 굳건할수록 그것에 경험이 풍부한 경우가 많다. 스쿠버다이빙과 같이 잠재적인 위험성을 지니며 여럿이서 함께 하는 활동일수록 철저한 실행 기준이 필요하다. 모두가 똑같은 능력과 경험치를 가진 게 아닌 이상, 되도록이면 기준을 보수적으로 정해야 한다. 바로 그 지점에서 믿음이 생기고 서로 신뢰하는 버디 관계가 성립된다.



슬로건에 한 마디를 덧붙인다면 '자연은 절대로 믿지 마라.'라고 달고 싶다. 경험이 쌓일수록 믿음이 가지 않는 것은 오직 대자연뿐이었다. 변화무쌍한 자연은 어느 때고 변덕을 부릴 수 있음을 항상 염두에 둬야 한다. 흔들리는 것은 나뭇가지도 아니고 바람도 아니며 오직 내 마음뿐인지도 모를 일이다. 나는 무엇이 흔들릴지 몰라 서로 신뢰하는 버디와 함께 다이빙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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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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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김영준
김영준
Apr 02, 2021

서로 신뢰하는 버디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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