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중 사냥과 채집에 대하여

3월 31일 업데이트됨




오래전 팀들과 함께 국내의 어느 지역으로 다이빙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방문했던 다이브 리조트에는 우리 팀 말고도 각지에서 온 여러 팀들이 와 있었다. 보트의 승선인원을 최대한 채워 운용하다 보니 우리는 다른 팀과 같이 보트를 타게 되었다. 함께 보트에 오른 다이버들은 리조트 사장님과 잘 아는 관계인 듯했고, 착용한 장비로 보아 오랫동안 다이빙을 해온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모두 하나씩 지니고 있던 위협적인 자태의 작살이었다.



카메라를 든 우리 팀은 작살을 든 다이버를, 작살을 든 다이버는 카메라를 든 다이버를 서로 마주앉아 흘끔흘끔 보고 있다. 포인트에 도착해서 우리 팀은 우리 나름대로 수중세계를 즐겼고, 작살 다이버들도 그들의 목적대로 다이빙을 즐겼다. 수중에서 만난 그들은 버디도 없이 온 포인트를 헤집고 다녔고 보트로 귀환했을 때 채집망은 두둑해져 있었다.




우리는 다이빙을 마치고 돌아와 정리를 한 후, 촬영했던 사진과 어류도감을 보며 로그북을 작성했다. 다이빙 후에 여유롭게 즐기는 로그북 타임은 언제나 즐겁다. 행했던 다이빙을 돌아보고, 생각하게 하고, 웃음 짓게 하고, 무엇보다도 배우는 순간이다. 그때 우리와 함께 배를 탔던 한 작살 다이버가 접시를 하나 들고 찾아왔다. 접시 위에는 아까 수중에서 만난 것으로 짐작되는 녀석이 회 쳐져 있었다.



그는 우리에게 접시를 내밀며 들어보라고 권했고 나는 정중하게 사양했다. 그것을 받아드는 순간 우리는 그들의 행위에 암묵적인 동조를 하는 것이 된다. 그 다이버는 못내 돌아서며 내게 이런 말을 건네왔다. "아까 보니 사진을 찍던데... 혹, 우리가 나온 게 있다면 지워주세요." 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했다. 아마도 그 작살 다이버들은 우리가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것이 마음에 걸렸던 모양이다. 그들도 자신들의 행위가 떳떳하지 않음을 알고 있다는 뜻이리라.




그 다이버들은 아마도 오랫동안 그런 방식으로 다이빙을 즐겨온 것 같다. 지금은 불법으로 된 것이, 그렇지 않았을 때부터 해 왔을지도 모른다. 한 지역의 다이버들과 다이브 숍의 사장님과 관할 공무원들은 보통 그 동네의 오랜 주민 관계인 경우가 많다. 그래서일까... 아직도 지방의 어느 지역은 주민 서열과 오랜 관행이 법보다 우위에 있다.



사냥이나 채집에 재미를 붙인 다이버들이 점점 많아지면서 누군가에게는 해를 끼치게 되었을 것이다. 예전 동네 꼬마들의 '서리'가 지금은 '절도'가 되었듯이 다이빙에 대한 규칙도 사회의 변천에 따라 변모하기 마련이다. 인류의 오랜 화두인 정의란 무엇인가를 보자면 결국 '관계'와 '밥'의 문제로 귀결된다.​ 규칙이라는 것이 애초에 필요치 않은 사회가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관계가 복잡해지고 밥의 문제가 결부될수록 규칙은 점점 많아진다. 그렇게 만들어진 필요악은 결국 우리 스스로를 구속한다.





​어느 지역에 가면 다이빙을 할 때 글러브를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규칙이 있다. 어느 지역에 가면 썬블록 크림 사용을 자제하게 하는 규칙이 있다. 어느 지역에 가면 인솔 강사와 초급 다이버의 인원 제한 규칙이 있다. 어느 지역에 가면 다이버가 산호를 만졌을 때 소속 샵의 영업 정지 규칙이 있다. 조금만 생각해 보면 왜 이런 규칙들이 생겼는지를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나라는 최근 몇 년 전부터 다이브 숍이나 리조트를 운영하는 업체는 책임보험에 필수로 가입을 해야 한다. 레저스포츠 활동을 함에 있어서 보험 가입을 의무로 법제화 한 나라는 전 세계적으로 드물다. 규칙을 어기고 관계를 어그러트려 자신들만의 밥을 차지하려 했던 결과이다. 그렇게 스스로에게 족쇄를 채워 운신의 폭은 좁아지고 높아진 비용은 결국 소비자의 몫으로 돌아간다.





나는 합법과 불법을 떠나서 우리가 수중 세상을 즐기는 방법이 다름을 인정한다. 사진질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고, 작살질로 즐거움을 얻을 수도 있는 것이다. 하지만 다름을 인정한다고 해서 수중 사냥이나 채취를 하는 다이버들을 옹호할 생각은 없다. 사회적인 합의를 거쳐 규칙으로 정한 만큼 이를 무시한 채 나만을 위한 즐거움을 추구하는 것은 마땅히 제한되어야 한다.



오래전에 울릉도 여행을 함께 했던 한 다이버와 긴 시간 설전을 벌인 적이 있다. 그는 인솔자인 나와 동행 다이버들을 모두 속이고 불법 채집을 했다. 여러 사람의 눈을 어떻게 피했는지는 몰라도 종류별로 제법 많이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 넓은 바다에서 이것 조금이 그리 큰 문제냐는 것이 그의 한결같은 주장이었다. ​우리는 서로의 의견에 동의할 수 없었고 그 후론 그와 다이빙을 함께 한 적이 없다. 나는 그에게 법이나 정의에 대해 운운하기보다는 '관계'를 이해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있다.


​​



내가 몸담고 있는 PADI에서는 20여 년 전까지만 해도 수중 사냥 스페셜티 과정이 있었다. 물론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고 대신 프로젝트 어웨어(Project AWARE) 라고 하는 수중환경보호를 위한 비영리 단체를 설립하여 운영해 오고 있다. 그리고 이와 관련한 여러 가지 다이버 과정들과 프로그램을 만들어 수중 생태계 보호에 앞장서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활동이 대중적인 레저 스포츠로 발전하여 많은 다이버들이 물속 세상을 즐겨온 지 어언 반세기가 지나고 있다. 우리가 누리고 있는 이 아름다운 수중 세상을 다음 세대도 누릴 수 있도록 잘 가꾸고 보존하는 노력이 필요할 때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사람과 사람, 자연과 다이버'의 관계를 보아야 한다. 아무쪼록 작살 대신 카메라를, 생물 채집망 대신 쓰레기 채집망을 든 다이버가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조회 29회댓글 1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서울 송파구 잠실본동 175-2 위너스빌딩 1동 707호  |  제로그래비티 스쿠버다이빙 아카데미 & 클럽

대표 김영준  |  사업자등록번호 256-12-00829  |  대표번호 010 9139 5392  |  zerogdive@naver.com

Copyright © ZERO GRAVITY All Rights Reserved.

  • 카카오톡
  • 네이버밴드new로고-01
  • 네이버 블로그
  • 네이버 카페
  • 인스타그램
  • 페이스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