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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수로 배우는 스쿠버다이빙

작성자 사진: 김영준김영준



호주 케언즈에 그린 아일랜드라고 하는 작은 섬이 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가장 큰 생명체인 그레이트배리어리프의 일부에 속하는 곳이다. 그곳의 수중에는 '뉴욕'과 '뉴저지'라고 부르는 다이빙 포인트가 있는데, 실제 도시인 뉴욕과 뉴저지처럼 서로 가까이에 있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고 한다. 이 두 포인트는 다이빙 스테이션에서 가깝고 또 수심도 적당해 주로 초급 과정 강습용으로 이용하는 곳이다.



수심이 12미터 정도인 뉴욕에서 뉴저지로 이동하다 보면 수심이 6미터 정도 되는 나지막한 둔덕을 넘는 구간이 나온다. 이곳에서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를 진행하던 강사는 그 구간을 지날 때 뜨지 않고 통과한 학생에겐 온전한 자격을, 수면으로 떠버린 학생에겐 그 아래 단계인 스쿠버 다이버 자격을 내주었다.




다이버의 자격 판단 여부와 자격증 발급은 강습을 진행한 강사가 한다. 그러나 이는 강사의 자의적 판단이 아닌 협회에서 정해놓은 객관적인 기준에 의거한다. PADI의 다이버 자격 평가 기준에는 '학습의 숙달'에 관한 내용은 있지만 '강습 중의 실수'에 대한 언급은 없다. 언뜻 실수와 숙달은 상반된 개념으로 여겨지기도 한다. 실수가 잦다면 숙달되었다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다. 하지만 그 무엇도 실수 없이 숙달될 수는 없다. 실수란 그저 숙달로 향하는 동일한 과정의 일부이지 않을까.



PADI 규정상 제한수역 세션에서 학습의 숙달이 이뤄지지 않은 강습생은 애초에 개방수역 세션에 참여할 수 없다. 강사가 개방수역 세션을 진행한다는 것은 강습생이 이미 숙달되었음을 강사 스스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강습 중에 발생할 수 있는 실수를 본인만의 기준으로 판가름해 자격을 달리 부여하는 것은 가혹한 게 아닐까. 오랜 세월이 지난 지금도 석연치 않은 의구심으로 남아있다.




자격 부여 방식의 옳고 그름을 떠나, 나는 그 강사가 학생 다이버에게 부력 조절을 가르치는 탁월한 학습 방법에 주목했다. 학생은 뉴욕의 깊은 수심에서 뉴저지의 낮은 둔덕을 오르는 순간 부력의 변화를 감지한다. 바로 이때 그동안 배운 이론을 떠올리고 실기로 연습했던 기술과 장비 조작을 적절히 실행해야 한다.



낮은 구간을 뜨지 않고 무난히 통과했다면 부력 변화를 잘 이해했고 조절 방법 또한 옳게 터득한 것이다. 반면 수면 위로 떠버렸다면 부력 변화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거나 조절 방법을 제대로 터득하지 못한 때문이리라. 그것이 단순 실수인지 아니면 숙달되지 않은 것인지는 중요하지 않다. 강습을 진행하는 강사의 역할은 바로 이 시점에서 빛을 발한다. 구간을 무사히 통과한 학생에게는 칭찬으로 의기를 북돋아 주고, 그렇지 못한 학생에게는 격려와 함께 올바른 방법을 다시 전달해 주는 것이다. 실수와 미숙을 숙달로 이끄는 것이야말로 강사의 진정한 역할이다.




대개의 강사는 학생이 실수 없이 자신이 가르쳐 준 데로 정확히 실행하기를 바란다. 학생이 뭔가 실수할 기미라도 보일라치면 급히 제어하기에 바쁘다.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고 또 강습에 더 효과적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뜬다고 잡아주고 가라앉는다고 잡아주면 정작 학생 다이버는 수중에서의 부력 변화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까? 학생 다이버는 자신이 무엇을 잘 하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알 수 있을까? 강사의 지나친 통제는 오히려 학생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빼앗는 것일 수도 있다. 위험한 상황이 아니라면 그저 실수하도록 두어 스스로 느끼게끔 하는 것이 배움에 더 큰 도움이 되기도 한다.



중성부력은 자격을 가진 다이버라면 꼭 갖춰야 할 기술 중 하나다. 이 기술을 배우는 것은 마치 자전거 타기를 처음 배울 때와 비슷하다. 가르쳐 주는 이는 하는 방법을 알려주지만 결국은 직접 해보고 스스로 느끼며 그 감을 잡아야 한다. 넘어지는 시행착오 없이 자전거 타기를 배울 수 없듯, 부력은 수심에 따라 시간차를 두고 기하급수로 변한다는 것을 알기 위해서는 실제로 떠올라 봐야 하는 것이다. 때론 실수를 통해야만 배우는 것을 온전히 이해할 수 있다.





개방수역 세션은 교실과 수영장에서 배우고 익힌 것들을 실전에서 적용해 보는 단계다. 이 또한 강습의 한 과정이므로 학생의 실수는 당연한 것이며 완벽함을 바라서는 안 된다. 위험한 상황이나 해양 환경을 손상시킬 우려가 없다면 발생이 예상되는 실수를 그저 두고 보라. 일어날 일은 학생 스스로 그 상황을 제어하거나 실수를 일으키거나 둘 중 하나뿐이다. 다이빙 후에 학생이 강사에게 질문할 거리를 만들어 줘야 하고, 마찬가지로 강사는 학생에게 디브리핑할 거리가 있어야 한다. ​​상황을 스스로 제어했든 그렇지 못했든 둘 다 배우는 과정 안에 있는 것이다. 실수의 경험이 많을수록 더 많이 배우고 더 안전해진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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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Comment


김영준
김영준
Apr 02, 2021

실수로 배우는 스쿠버다이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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