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p of page

에프엠(FM) 강사

작성자 사진: 김영준김영준



"그 강사 FM이야"

스쿠버다이빙 강사로 누군가에게 평가받았을 때 아마도 가장 많이 들은 표현이 아니었나 싶다. FM 이란 고지식하고 융통성이 부족하며 정석대로 원리원칙을 지키는 사람이란 뜻을 내포하고 있다. 언뜻 듣기에 썩 기분 좋은 표현은 아니지만 다이버들이 평하는 이 관점을 나는 기꺼이 수용한다. 강사가 스쿠버다이빙을 가르치는 방식은 성향과 취향에 따라 다르다. 그러나 기준을 적용하는 것은 선택의 문제가 아니다. 그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하나는 학생을 위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강사인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학생을 위한 것.

스쿠버다이빙을 교육하는 유수한 협회들이 있다. 그중 하나인 PADI만 보더라도, 지난 반세기가 넘는 동안 배출한 수십만 명의 강사들에 의해 수천만 명의 다이버를 강습해 오고 있다. 그 방대한 경험들을 기반으로 축적되고 확립된 교육 커리큘럼이 있는 것이다. 나 하나가 아무리 많은 공부를 하고 아무리 많은 경험을 쌓았다 하더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거대한 집단지성의 결과물은 결코 넘어설 수 없다. 학생을 제대로 가르치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생각과 방법을 최대한 자제한 채, 오랜 시간 만인에 의해 축적된 고도의 강습 커리큘럼을 우선으로 따라야 하는 이유다. 그 안에서 강습에 대한 의문이 생겨난다면 그것은 다시 집단지성의 결과물로 응축되어 다음 세대에 반영될 것이다.





강사를 위한 것.

2004년 호주에서 활동하고 있을 때 비보를 접했다. 2년 전 태국 푸껫에서 활동할 당시 가르쳤던 한 학생이 여느 지역에서 다이빙하다 병원으로 호송되었다는 것이다. 병명은 피하기종. 폐 관련 질환의 하나로 스쿠버다이빙 활동과 밀접하게 연관된 압력 관련 상해다. 사고 당시 그녀는 의과대생이었고 짧은 방학기간을 이용해 다이빙을 최대한 많이 했다고 한다. 결국 무리를 한 때문인지 기억에도 없던 어릴 적 병력이 재발한 것이라고 의사는 판명했다. 그녀는 불행 중 다행으로 퇴원했지만 다이빙을 더 이상 하지 말라는 의사의 권고를 받았다.



며칠 후 내가 속해있는 교육 협회에서 연락이 왔다. 그녀를 교육할 때 작성했던 관련 서류 사본을 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강습 참여자의 동의와 서명이 들어간 각종 서류들을 포함해 규정에 따라 진행해 나간 강습 기록 등이다. 나는 마침 현지에 있던 지인에게 부탁해 다이브 숍에 보관 중이던 그녀의 서류를 찾아 협회에 제출했다. PADI의 다이버 강습 서류에 대한 규정은 최소 7년 이상 보관하도록 하고 있다. 만약 지역 법규가 이보다 더 길다면 지역 규정이 우선한다. 강습에 대한 강사와 학생 간의 모든 행위는 강습을 마친 후에도 최소 7년이 유지되는 것이다. 그 기간동안 행한 학생 다이버의 모든 다이빙 활동은 소급된다.





학생 네 명과 함께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를 진행한 적이 있다. 강습을 모두 마친 날 그중 한 명이 가슴 통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급히 이송됐다. 기억에도 없던 어릴 적에 앓았던 '기흉'이 다 큰 성인이 돼서 재발할 줄은 그 학생도 몰랐다고 했다. 그는 강습 진행 전에 작성하는 서류 중 하나인 '의료 진술서'에 해당 병력이 없다고 체크했다. 하지만 일은 발생했고 나는 '사고보고 경위서'를 작성해 PADI에 제출해야 했다. 강습 진행에 대한 모든 서류들과 다이빙하며 남겨진 다이브 컴퓨터의 기록, 그리고 그와 함께 강습에 임했던 분들의 '상황 진술서'까지 받아 협회로 보냈다.



아무도 원치 않지만 문제는 일어나기 마련이다. 인솔자는 안전을 우선시하며 학생 다이버를 보호할 의무가 있다. 인솔자의 잘못이 없다 하더라도 불미스러운 일이 발생한 것에 대해 도의적인 책임은 겸허히 져야 한다. 그렇다면 법적인 책임은 어떨까? 문제 제기와 고소는 변을 당한 나의 친한 학생이 하는 게 아니다. 생전 본 적도 없는 그의 가족이 한다는 것을 명심하라. 협회는 기본적으로 멤버를 법적으로 보호할 의무가 있다. 만약 협회에서 정한 기준을 준수했음에도 사고가 발생했다면, 강습 커리큘럼과 방식을 디자인한 협회에서 멤버를 방어하고 적절한 책임을 진다. 그러나 협회에서 정한 기준을 지키지 않았다면 어떨까? 멤버를 보호할 의무는 희박해지고 모든 것은 내 책임이 되는 것이다.





앞서 내가 직접 격은 마음 아픈 몇 가지 사건을 언급했다. 어디 그것뿐이랴. 그동안 수천 명을 가르치고 수만 명의 학생들을 관리해 오면서 숱하게 많은 사건 사고를 접했고 관리해 왔다. 그때, 이것 하나쯤이야, 이번 한 번쯤이야라고 생각했더라면... 서류 한 장, 서명 하나라도 빠뜨렸더라면... 기준 수심을 지키지 않았거나 강습 규정을 어겼더라면... 한 번이 두 번이 되고 두 번이 열 번이 되어, 원래 그랬던 것처럼 했더라면... 과연 이날까지 다이빙 강사로 떳떳하게 활동할 수 있었을까? 강습은 고사하고 다이빙이라도 마음 편히 계속할 수 있었을까?



'Attitude' 이 단어는 PADI 강사 개발과정을 시작할 때 맨 처음 논의되는 핵심 어다. 우리말로는 '태도, 자세, 사고방식, 마음가짐' 등으로 해석된다.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갖춰야 할 자질 중 지식이나 기술은 교육과 학습을 통해 익힐 수 있다. 그러나 전문가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일련의 교육을 받아서 얻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것은 머리로 생각하고 몸으로 익혀서 아는 것이 아닌, 마음으로 느끼고 스스로 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프로페셔널 다이버로서 지녀야 할 마음가짐은 무엇인가. 나는 이 질문에 대해 굳이 논의하지 않을 것이다. 그저 '사람과 사람', '자연과 다이버'의 관계를 마음으로 느끼고, 공감하고, 스스로 행하게 되기를 기대할 뿐이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조회수 5회댓글 0개

최근 게시물

전체 보기

Comments


bottom of pag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