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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영준

온전한 강습에 대하여




소책자 크기의 얇은 플라스틱 판에 깨알만 한 숫자와 글씨가 앞뒤로 빼곡히 적혀 있다. ​이른바 RDP라고 부르는 '레크리에이션 잠수 계획표'다. RDP의 용도는 인체가 수중에서 압력을 받을 때 흡수 또는 배출되는 질소의 영향과, 이로 인한 무정지 다이빙을 계획하기 위한 것이다. PADI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를 근래에 접한 다이버라면 이게 무엇인지 잘 생각나지 않을 수도 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오픈워터 코스에서 RDP 사용법을 필수로 배워야 했지만, 지금은 강습에 다이브 컴퓨터를 사용한다면 선택 수업으로 적용된다.



잠수 계획표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표를 보는 방법과 몇 가지 수리 계산식을 알아야 한다. 강습 경험으로 비춰 보건데 단 한 번의 설명을 듣고 바로 이해해 예문을 푸는 강습생은 드물었다. 강습 참여 연령은 열 살 아이부터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까지 다양하다. 나는 강습에 임하는 모두에게 이 사용법을 이해시키기 위한 쉬운 방법을 찾고자 부단히 고심해야 했다. 그럼에도 개중에는 강습을 마쳐야만 하는 날까지도 끝내 이해하지 못 한 이도 있었다.



PADI의 초급 과정인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에서 다루는 항목 중에 '수면 위 스쿠버 키트 탈착'이라는 기술이 있다. 이 기술의 실행 달성 목표는 발이 닿지 않는 깊은 수심의 수면 위에서 스쿠버 키트를 벗었다가 다시 착용하는 것이다. 다이빙을 진행하는 환경이나 상황에 따라 수면 위에서도 손쉽게 장비를 입고 벗는 방법을 배우기 위함이다. 다이빙할 때 무척 유용한 기술이지만 막상 배울 때는 많은 강습생들이 실행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술 중 하나다.



이 기술을 매끄럽게 실행하기 위해서는 수면 위에서 균형을 잘 유지한 채 스쿠버 키트를 요령 있게 다뤄야 한다. 그러나, 무거운 납 벨트를 차고 출렁이는 물 위에 떠서, 구명조끼처럼 생긴 공기주머니의 균형을 흐트러짐 없이 유지한 채, 장비의 꼬임이나 엉킴 없이 벗었다 다시 착용하기란 쉽지 않다. 특출난 균형 감각을 가지고 있지 않는 한 강습생들 대개는 기번의 시행착오를 겪은 후에야 비로소 실행하곤 한다. 개중에는 많은 연습 시간을 할애했음에도 결국 강사의 도움 없이는 실행하지 못 한 이도 있었다.


PADI의 단계별 기본 과정에는 '나침반을 이용한 수중 항법'을 실행하는 항목이 있다. 초급과정에서 중급, 고급 과정으로 나아갈수록 그 사용법이 응용되어 점차 복잡한 형태로 발전한다. 오픈워터 다이버 과정에서는 기초적인 직선 항법을 소개받고, 어드밴스드 다이버 과정에서는 거리 측정과 사각 패턴 항법을, 그리고 수색과 인양이나 레스큐 다이버 과정에서는 이를 모두 응용한 여러 가지 패턴 항법을 실행해야 한다.



나침반을 배워본 적이 없는 다이버에게 패턴 항법을 소개하기 위해서는 원점으로 돌아가 직선 항법부터 알려줘야 했다. 개중에는 나침반 사용법을 이해시키기 위해 무한 반복되는 설명과 꾀나 긴 연습이 필요할 때도 있었다. 이에도 고백하건대, 강습을 마쳐야 하는 날까지 끝내 이해하지 못했던 이도 있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가진 능력과 행동 양식이 다르다. 앞에서 살펴본 몇 사례들과 같이, 스쿠버다이빙을 강습하다 보면 강습생들의 많은 면면을 알 수 있다. ​이에는 지적 능력과 신체적 능력은 물론, 성격이나 내면의 마음가짐도 포함한다. 강습을 매끄럽게 운용해 나가기 위해서는 강습생의 상태를 명확히 알아야 한다. 이런 이유로 강습을 시작하기 전에 코스를 담당할 강사의 직접적인 오리엔테이션은 중요하다.



강습을 진행할 강사는 강습생과의 첫 대면은 물론, 서류 작성부터 함께 하는 것이 좋다. 진행할 내용들을 소개해 나가면서 강습생의 면면을 최대한 파악하도록 노력해야 한다. 그런 후에 어떤 방식으로 강습을 이끌어 갈 것인지를 구상하고 강습생과 함께 논의한다. 첫 대면에서 강습생의 모든 면을 확인할 수는 없으므로 차차 진행해 가면서 그에 맞게 조정한다.


한 그룹에 너무 많은 인원이 참여한다면 개개의 면면에 맞춘 강습은 기대하기 어렵다. 강사의 눈은 단 둘뿐인데 살펴봐야 할 게 너무 많다면 뭉뚱그려 전체를 바라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강사는 공장에서 물건 찍듯 획일적인 방식으로 진행하게 되고 시간에 쫓겨 어물쩍 넘어가고 만다. 참여 인원이 많을수록 과정을 수료하기 위한 커트라인 점수에 수렴한다. 어찌어찌 진행은 했지만 무엇을 제대로 배우지 못했는지 알지도 못한 채 다이버가 되는 것이다.



하나의 수업에 인원을 최대한 많이 참여시키는 것은 강사의 주머니 사정 면에서 좋을 수도 있다. 강습생 또한 보다 저렴한 값을 지불하고 팀원에 은근슬쩍 묻어가다 손쉽게 과정을 수료할 수도 있다. 경험으로 비춰 보건대 잘 배운 강습생은 그렇지 못했던 이들보다 다음 과정이나 여행에 더 관심을 갖는다. ​공들이지 않은 탑은 높이 쌓을 수 없고 설령 쌓았다 하더라도 오래가지 못한다. ​비용을 조금 아껴 덜 배울 것인가, 온당하게 지불하고 제대로 배울 것인가는 어디까지나 강습생의 선택에 달렸다.


강습의 적정 인원은 진행할 환경과 조건, 그리고 강사와 강습생의 경험과 능력을 추가해 고려해야 한다. 제공해야 하는 내용을 계획한 시간 안에 강습생 모두에게 충분히 전달이 가능한가. 팀 간에 소통과 협력이 이뤄지고 서로 의지가 되며 배울 점이 있는가.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적절하고 즉각적인 대처가 가능한가. 무엇보다도 팀원 모두를 강사가 통제 가능한가. 잊지 마라. 거긴 열 길 물속이다.


강사에게 묻는다. 그대의 강습엔 몇 명이 적당한가.

강습생에게 묻는다. 그대는 몇 점짜리 강습을 원하는가.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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