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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선택에 대하여

작성자 사진: 김영준김영준



"왜 그런 걸 써?"

그녀의 동료들이 의아해하며 물었다. 프로 과정을 이제 막 시작한 그녀는 아직 장비가 없었다. 이것저것 사용해 본 후 차차 갖춰 나갈 예정이라고 했다. 그녀는 숍에서 대여용으로 쓰는 한 오래된 마스크를 줄곧 사용했다. 신형 제품들도 있었지만 한두 번 써본 후 이내 그 낡은 마스크로 바꿨다. 그녀는 그 싸구려 마스크가 마음에 든다고 했다. 무언가를 선택할 때는 나름의 기준과 취향이 있게 마련이다. 그러나 좋아하지 않는 색의 옷은 입을 수 있어도 맞지 않는 크기의 신발은 신을 수 없다. 거역하기 어려운 선택의 기준은 다이빙 장비에도 적용된다.



다이빙에 흥미가 생겼다면 슬슬 장비에도 관심이 가기 시작할 것이다. 그리고 다이버 선배나 강사에게 이렇게 묻는다. "마스크는 뭐가 좋아요?, 핀은 어떤 게 좋아요?, 슈트는 어디 게 좋아요?" 대개 첫 질문은 이처럼 간단하게 시작한다. 하지만 이에 대한 대답은 간단치가 않다. 아니, 간단하지 않아야만 옳은 답변에 가까워진다.




앞에서 마스크 얘기가 나온 김에 그것부터 시작해 보자. 다이빙이 직업인 만큼 나는 여러 개의 마스크를 가지고 있고 또 사용한다. 외출할 때 그날의 의상과 목적에 따라 골라 신는 신발처럼 마스크 또한 그렇다. 그중에서도 장비를 챙길 때 손이 자주 가는 녀석들이 두엇 있다. 그것은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 중에서도 저렴한 축에 속하고 오래 사용해서 낡은 모델이다. 그 녀석들은 다이빙할 때 내게 신경을 가장 덜 쓰이게 한다. 스커트가 내 얼굴 체형에 꼭 맞아 고개를 이리저리 돌려도 물이 들어오지 않고, 코도 잘 잡혀 이퀄라이징 하기도 수월하다. 그래서 그보다 몇 배나 비싼 신형 제품들의 유혹을 당당히 재치고 내게 간택당하기 일쑤다. 예의 그녀도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았을까.



장비를 선택할 때 고려해야 할 점들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이 제안한다. 대체로 일리 있는 견해다. 하지만 그 제안들은 장비를 사용하는 다이버 자신에게 맞춘 기준이 대부분이다. 장비 사용에 대한 기준을 다른 관점에서 본다면 선택 또한 달라지기도 한다.





나는 체험다이빙이나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와 같은 입문 과정을 진행할 때, 자외선 차단용 코팅처럼 유리면에 색이 짖게 들어간 마스크는 사용하지 않는다. 강습생이 나의 눈을 잘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초급 과정에 임하는 다이버일수록 익숙하지 않은 장비와 환경에서 의지할 것은 오직 자신을 지도하고 있는 강사뿐이다. 물속에서 강습생은 강사의 부드러운 다독임과 자신을 지켜봐 주는 눈빛만으로도 불안을 떨칠 수 있다. 이처럼 장비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그 선택 또한 달라진다.



초심자가 처음부터 여러 벌의 장비를 갖추고 시작하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복수로 필요한 품목들이 몇 있다. 슈트와 핀이 그렇다. 우선 슈트에 대해 보자면, 겨울에 두꺼운 옷을 입고 여름엔 얇은 옷을 입는 것처럼 다이빙용 슈트 또한 마찬가지다. 다이빙할 수온에 따른 기 벌의 체온 유지 장비가 필요한 것은 겨울옷과 여름옷처럼 두말할 필요도 없다. 슈트를 추천해 달라는 질문을 강사가 받는다면 당연히 이렇게 되물어야 한다. "어디에서, 언제 사용할 건가요?" 만약 우선 딱 하나만 갖추길 원한다면 그건 춘추복이 될 것이고 당연히 열대 바다에선 덥고 한대 바다에선 추울 것이다. 그러므로 다이빙을 즐기고자 하는 수온 범위를 스트레스 없이 늘리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여러 벌의 슈트는 필수다.





오리발은 어떨까? 핀이라고 하는 장비는 여러 스쿠버 장비들 중에서도 선택의 변수가 많다. 예를 들어 통고무 재질의 제트 핀은 무겁지만 큰 추진력을 낼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어디까지나 누가 사용하느냐에 달렸다. 체구가 작고 호리호리한 다이버가 열대 바다에서 무거운 제트 핀을 사용하는 장면을 떠올려 보라. 제트 핀이 낼 수 있는 추진력보다 그 정도의 힘을 가할 수 없는 다이버에겐 그저 무거운 웨이트에 다름 아니다. 또한 위아래 무게 밸런스가 맞지 않아 하체 쪽이 가라앉아 유선형 자세를 유지하기도 어렵다. 반면 몸무게가 백 킬로쯤 나가는 거구의 다이버가 육중한 제트 핀을 사용하는 것은 어떨까? 이 다이버가 낼 수 있는 힘을 온전히 받아 제트 핀의 강력한 추진력을 효과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웨이트만 적절히 배치한다면 위아래 무게 밸런스도 맞아 수평 유영 자세를 유지하는데 더 효율적일 수 있다.



반대 상황으로 찬물에서 드라이슈트를 사용하는 다이버가 가벼운 핀을 사용하면 어떨까? 상체 쪽이 아래로 기울고 하체 쪽이 떠서 여간 불편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드라이슈트 안에 내피를 더 두껍게 입거나 덩치가 큰 다이버일수록 가벼운 핀은 쥐약이 된다. 만약 열대 바다와 드라이슈트 다이빙을 모두 즐기고자 하는 이에게 부득이 단 하나의 핀을 추천해야 한다면, 이 또한 열대 바다용과 드라이 슈트용 중간 정도의 무게를 가진 것을 권해줄 수밖에 없다. 하지만 다이빙을 꾸준히 하다 보면 결국 그 불편함을 스스로 느껴 적당한 제품을 다시 구매하게 될 것이다. 이처럼 장비의 선택은 다이버의 체형과 사용할 환경, 그리고 함께 사용하는 다른 장비들까지 감안하여 복합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다이빙 산업이 발전함에 따라 온갖 종류의 장비들이 출시되고 있다. 선택의 폭이 넓어진 것은 좋을 수 있으나 대신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막막해지기도 한다. 사용자가 많다거나 광고에 현혹되어 무심히 구매했다가 다른 제품을 또 구입하게 된 상황을 심심찮게 본다. 가진 기능을 절반도 채 사용하지 않는 고가의 컴퓨터, 결과물은 똑딱이와 별반 차이 없는 거대한 촬영 장비, 제조사의 제작 의도에 따른 사용법이나 올바른 세팅법도 모른 채 사용하는 장비는 또 얼마나 많은가. 장비의 잘못된 선택은 불편함을 감수하게 하고 위험을 무릅쓰게 하며 나아가 다이빙의 재미를 반감시키기도 한다.



세상에 나쁜 장비는 없다. 다만 나에게 맞지 않는 장비가 있을 뿐이다. 제아무리 예쁘고 멋있고 비싸다 할지라도 나에게 맞지 않으면 그저 박물관의 전시품이 되고 만다. 장비의 선택은 누가, 언제, 어디서, 어떤 목적으로 사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시행착오를 줄이고 내게 적합한 장비를 찾으려거든 경험 많고 믿음 가는 강사를 찾아 배움을 청하길 권한다. 그러나 그 누구라도 맹신은 금물이다. 그리고 매번 이렇게 물어야 한다. "그건 왜 그렇죠?"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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