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칭찬과 지적, 그리고 쓴소리

최종 수정일: 2022년 7월 11일




숫자가 몇 개 나열되어 있었다. 다음에 올 숫자들을 맞춰보라고 했다. 고민했지만 알 수 없었다. 그는 나 대신 숫자들을 적고는 그다음에 올 숫자들을 다시 맞춰보라고 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숫자들을 적었다. 종이를 받아 든 그의 표정이 묘해졌다. 이 퀴즈를 맞힌 사람이 내가 처음이라고 말한다. 바로 그 순간이었다. 무어라 형용하기 어려운 기운이 머리에서 분출되어 온몸으로 퍼져나갔다. 전에 겪어본 적이 없는 신선한 경험이었다.



'다이돌핀'의 존재에 대해서는 그로부터 한참 후에나 알게 되었다. 일명 '감동 호르몬'이라 불리는 이 호르몬은 전율할 정도의 쾌감이나 엄청나게 큰 감동을 받았을 때 분비된다고 한다. 다이돌핀은 행복 호르몬이라 불리는 엔도르핀보다 무려 4천 배의 효과를 나타낸다고 알려져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말은 그저 하는 표현이 아니라 과학으로 증명된 셈이다.




스쿠버다이빙 강습 중에 사용되는 디브리핑은 칭찬으로 시작한다. 문제점을 찾고 그에 대한 개선점을 제시하기에 앞서 잘 한 부분을 부각시켜 강습생의 의기를 북돋운다. 강습생은 이에 고무되고 그 후에 이어지는 강사의 지적과 제안을 겸허히 받아들인다. 이것이 티칭술을 접목한 스쿠버다이빙 강습의 기본적인 절차다. 칭찬은 지적을 듣기 위해 미리 먹는 예방약과 같다. 오로지 지적뿐이거나 오직 칭찬뿐인 강습은 어느 쪽으로든 그 발전을 저해한다. 이 둘을 조화롭게 활용하면 강습은 시너지 효과를 얻어 긍정적인 방향으로 나아간다.



강습의 목적은 모르는 것이나 못 하는 것을 가르치고 배우는 데 있다. 무언가를 가르치는 강사의 입장에서는 칭찬 거리보다 지적 거리가 더 많이 보일 수밖에 없다. 강사 개발과정을 진행할 때도 이 양상을 쉽게 확인할 수 있다. 기실 강사 후보생들이 칭찬에 인색하다기보다는 칭찬 거리를 잘 찾지 못하거나 그 표현 방식이 어색하다는 점이다. 칭찬인 듯한 말을 어정쩡하게 꺼내 놓긴 하지만 결국 지적을 더 강하게 부각시킴으로써 그 효과를 누그러트리고 만다. 그들이 칭찬 거리를 잘 떠올리지 못하거나 표현이 서툰 이유로 두 가지를 들어본다.




하나는 강습생을 과대평가하기 때문이다. 강사는 학생 다이버가 자신이 가르쳐 준 그대로 따라 하기를 기대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습생은 아무리 잘 한다 해도 자신을 가르치고 있는 강사 이상으로는 할 수 없다. 기준을 낮춰 비슷하게나마 따라 한 대목이 있다면 칭찬할 거리는 바로 그 지점에 있다. 또 한 가지는 강습의 목적을 '문제점을 찾아 지적하는 것'이라고 여기기 때문이다. 강습생이 무엇을 잘 못하는지에만 초점을 맞춰 바라보기 때문에 잘 한 부분이, 아니 그저 한 부분이 눈에 잘 들어오지 않는 것이다. 강사 개발과정은 어찌 보면 칭찬하는 방법을 배우는 과정이기도 하다.


다이버의 안전과 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비영리 단체인 DAN(Divers Alert Network)의 연구 보고에 의하면, 다이빙 사고율이 가장 높은 레벨은 오픈워터와 같은 초급 다이버였고 그다음으로는 프로페셔널 입문 레벨이었다. 초급 다이버의 사고율이 높은 이유는 수긍이 갈 테지만 경험 많은 프로페셔널은 왜 그다음으로 많은 걸까. 경험으로 비춰 보건대 고급 레벨이나 프로 레벨과 같이 경험이 어느 정도 쌓이면 한눈을 팔기 시작한다. 그만큼 물에 익숙해졌다는 방증이기도 하겠지만 다른 한편으론 물이 만만하게 보이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쓴소리는 바로 이 시점에서 필요하다.




백지에서부터 시작하는 초급 과정일수록 쓴소리 들을 거리는 거의 없다. 그들은 그저 강사가 가르쳐주는 데로 하며, 그것이 잘 안될 때는 강사의 칭찬과 지적을 자양분으로 발전해 나간다. 경험이 쌓이고 레벨이 올라갈수록 칭찬과 지적의 티칭술보다는 실질적인 쓴소리의 비중이 높아지게 마련이다. 오십 번을 경험 한 다이버는 오백 번을 경험 한 다이버가 대단해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오천 번을 경험 한 다이버의 눈에는 아직 물 무서워하는 오십 번보다 물 무서운 줄 모르는 오백 번이 더 위태로워 보인다.


관해난수(觀海難水)

바다를 본 자는 물에 대해 말하기 어렵다. 이렇게 떠들고 있는 것을 보면 나는 아직도 바다를 본 것이 아님에는 분명하다. 하지만 물 무서운 줄 모르는 이에게 어쭙잖은 칭찬으로 지갑을 열게 하는 대신 쓴소리를 택하는 이유 또한 분명하다. 경험 많은 선배로부터 아직 쓴소리를 듣지 않았다면 그 이유는 이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그대가 완벽하거나, 아니면 아직 위태로울 정도로 한눈을 팔지는 않았거나, 아니면 그대를 진정으로 사랑하지 않거나.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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