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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사진김영준

기다림의 미학




수영장에서 강습을 진행하고 있는 한 그룹이 있다. 학생 다이버들이 강사를 중심으로 둘러앉아 설명을 듣고 있다. 브리핑을 마친 후 모두 함께 장비를 착용하고 수중으로 들어간다. 강사는 대열을 정렬하고 학생들에게 기술을 시범 보인다. 그리고 돌아가며 시킨다. 중간에 한 학생이 잘 시행하지 못하고 버벅거린다. 강사는 그 학생을 지켜본다. 가만히 보고 있다. 우리는 마침 그 광경을 보고 있다.



훗날 다이버들과 강습에 관한 토론을 하던 중, 예의 그 강사 이야기가 나왔다. 당시 함께 했던 A는 학생이 잘 못하고 있는데도 강사는 그저 보고만 있더라며 그 강사를 질책했다. B 또한 강습을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다며 그 강사를 힐난했다. 나는 오해라고 말했다. 내가 그 자리에 없었더라면 나도 A나 B의 생각에 동조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는 제법 경험 있는 강사로, 내가 아는 한 헐값을 받고 시간에 쫓기는 강습을 하는 부류는 아니었다. ​호흡 한 번을 보면 강사의 역량을 가늠할 수 있고, 동작 하나를 보면 강습에 대해 얼마큼 숙고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


​무언가를 처음 배우는 학생이 그것을 가르치는 선생만큼 하는 경우는 드물다. 그것이 무중력 상태에서 행하는 스쿠버다이빙 기술이라면 더욱 그럴 것이다. 그렇기에 학생이 처음 배우는 것을 잘 못하거나 실수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 또한 강습의 일환으로 여겨야 한다. 설령 그것이 강사가 원하는 정답에서 멀다 하더라도 때론 발전에 더 도움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능력에 차이가 있는 것처럼 속도에도 차이가 있다. 조금 늦어도 결국 다 잘하게 된다.



잘 못하는 것은 괜찮지만 잘못하는 것은 조치가 필요할 때가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강사는 학생 자신이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는지를 살피는 것이다. 만약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알지 못한 채 행하고 있다면 강사는 적절한 시점에서 간섭이 필요하다. 그것이 위험한 상황마저 우려된다면 더욱 그렇다. 그러나 학생이 자신의 잘못을 스스로 인지하고 있음을 강사가 눈치챘다면 더 나은 방법이 있다. 그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리는 것이다.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스스로 정정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배움이다.




강사 개발 과정을 진행할 때도 기다림의 역설은 적용된다. 과정 중에는 수영장이나 해양실습과 같은 실제 강습을 연출하기 위한 역할 연기(Role Playing) 방법을 사용한다. 후보생들이 돌아가며 강사 역할과 학생 역할, 보조자 역할을 맡아 강습을 진행하는 방식이다. 어찌 보면 우리네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와 비슷하다. 강사 역할을 맡은 후보생은 브리핑을 하고 학생 역할 후보생들에게 시범을 보여준 후 돌아가며 시킨다. 사전에 미션을 받은 학생 다이버들은 잘 못하는 척 문제를 일으킨다. 강사는 문제점들을 파악하고 적절하게 대응해야 한다. 과정을 총괄하는 코스 디렉터는 그룹 뒤에서 전체적인 상황을 지켜보며 강사 후보생의 강습을 평가한다.


과정은 강사 역할을 맡은 한 후보생의 평가가 끝나면 다른 후보생들과 역할을 바꿔가며 진행된다. 내가 주목하고자 하는 지점은 바로 이때다. 코스 디렉터가 한 그룹의 모든 진행이 끝나기도 전에, 그 강사 후보생의 평가를 마쳤다고 해서 남아있는 플레이를 중단시킨다. 비록 전체적인 강습 시간은 벌 수 있을지언정 강사 후보생들은 그만큼 연습할 기회를 잃는다. 강사 개발 과정의 목적 또한 후보생들의 점수를 매기는 데 있는 게 아니라, 강습을 연습할 수 있도록 하는 데 두어야 한다. 그들에게 시간을 주고 기다려 줘야 한다. 베테랑 강사가 강습을 잘 하게 된 것은 반복된 연습과 실수의 경험을 켜켜이 쌓았기 때문이다.



견화불견엽 見花不見葉 - 꽃은 잎이 사라진 뒤에 핀다.

강습이 온전해지기 위해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그 기준은 강사의 시간이 아니라 학생의 시간이어야 한다. 학생에게 실수할 기회를 주지 않고 연습할 시간을 주지 않는 것은 그들의 배움을 방해하는 것이다. 무엇이 문제인지를 강사의 입에서가 아니라 학생 스스로 생각하게끔 해야 한다. ​그런 과정이 있어야만 배운 것을 온전히 체득할 수 있다. 강사가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지켜보는 것이다. 좋은 강습을 하고 싶다면 시간을 인내하라.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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