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에서 활동할 때 세계 각지의 다이버들을 만났다. 우리나라 사람들과 그들의 차이점 중 인상 깊게 남아있는 특징 하나가 있다. 우리나라 다이버들은 유독 자격증 업그레이드를 선호한다는 점이다. 휴가 기간도 충분히 길지 않으면서 어떻게 해서든 그다음 과정까지 강습을 받으려고 한다. 몇 년 전에 오픈워터 강습을 받고 이때까지 단 한 번도 다이빙을 하지 않다가 바로 그다음 과정을 문의한다. 다이빙을 즐긴다는 개념보다는 다이버 자격증을 딴다는 개념이 앞서 있었다. 그 당시에는 우리나라의 다이빙 시장이 커가는 과도기여서 그랬을 것이다. 지금은 인식이 많이 바뀌었음에도 자격증 업그레이드에 대한 욕구는 여전히 다른 나라 다이버들보다 높은 듯하다.
한국에서는 자격증 레벨 업뿐만이 아니라 장비 욕심 또한 엄청난 다이버들이 많다. 장비가 없거나 못 쓰게 되어 다른 것을 구하려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것, 더 멋진 것, 장비를 위한 장비를 소유하길 원한다. 멋진 느낌이라는 뜻의 일본어인 '간지'라는 단어를 붙여 '다이빙은 간지'라는 말을 자주 듣곤 한다. 명품을 선호하듯 다이버 자격을 업그레이드하고 멋진 장비를 걸치는 것이 하나의 목표가 된 샘이다. 즐거움을 얻기 위한 활동인 만큼 자신의 취향이나 지향점을 추구하는 것에 대해 무어라 말할 생각은 없다. 다만 다이버 업그레이드나 장비 사용의 올바른 인식을 갖추었는지에 대한 의문이 들 때가 있다.
다이빙 여행을 갈 때면 보조호흡기가 달려있지 않은 장비를 사용하는 다이버들을 종종 본다. 그런 장비를 사용하는 다이버들은 보통 이제 막 다이빙을 배우고 있는 부류다. 다이브 숍의 재정 상태가 어렵다거나 그 단체의 강습 커리큘럼이 원래 그렇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보조호흡기가 없다는 것은 그것을 사용하는 방법은 배우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눈을 의심하며 우려의 표정을 짓고 있는 우리 팀에게 나는 이런 말을 건넨다. "만약 장비가 두 개 있는데 하나는 보조호흡기가 달려있지 않다면, 그것을 본인이 쓰고 달려있는 것을 버디에게 양보하세요~" 다들 잠시 생각하고는 피식 웃는다.
특별한 목적을 지니지 않는 한 스쿠버다이빙은 기본적으로 함께 하는 활동이다. 대부분의 공인된 다이버 교육 단체의 강습 커리큘럼은 버디 시스템을 최소의 기반으로 하고 있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함께 하는 방식에 대해 더욱 치밀한 방법을 제공한다. 처음 다이빙을 시작할 때는 내 몸 하나 건사하는 방법을 배운다. 장비 다루는 것을 기본으로 하여 호흡기나 마스크 관련한 기술이나 중성부력 기술 등이 이에 속한다. 개중에는 나를 건사하기 위한 기술 말고도 함께 하기 위한 기술들이 있다. 일례로 보조호흡기를 사용하는 기술은 비단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타인을 돕기 위한 기술이기도 하다. 실행의 비효율성으로 지금은 없어진지 오래인 짝호흡이라는 기술을 선호하지 않는 이상, 보조호흡기가 달려있지 않은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애초에 다이빙을 혼자서 하겠다는 것이다.
다이빙을 하다 보면 레벨과 경험치가 다른 다이버들과 함께 하는 경우가 많다. 진행은 경험치가 가장 적은 다이버를 기준으로 할 수밖에 없다. 겉으로는 함께 하는 듯 보이나 실제로는 다이빙을 혼자 하는 다이버들이 종종 있다. 그들은 자신의 경험치가 늘어갈수록 버디나 팀을 주시하지 않고 자신만의 물놀이에 심취한다. 그것이 자신의 레벨과 경험치에 상응하는 탐험이라고 여기는 듯하다. 위험성은 자주 하면 없어지는 것이 아니라 무뎌지는 것뿐임을 망각한다. 이해를 못 하는 것은 아니나 그것이 과하면 팀 전체를 불안전하게 만든다.
레벨 업을 할수록 점점 더 함께 하는 방식을 배워야 하지만 그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 한 다이버들이 있다. 등급이 올라갈수록 다루는 기술은 나만을 위한 기술이라기보다는 남을 돕거나 함께 하기 위한 기술들이 많다. 단체를 불문하고 다이버 업그레이드 과정이 기본적으로 추구하는 방향이다. 함께 하기 위해서는 레벨과 경험치에 관계없이 서로 도움을 주고받아야 한다. 내가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버디나 팀의 역량을 넘어서는 다이빙은 할 수 없다. 나와 버디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을 수 있는 범위가 바로 나의 다이빙 한계인 것이다. 주거나 받기만 하는 것은 혼자 하는 다이빙이다. 서로 주고받아야만 진정으로 함께 하는 다이빙이 된다.
함께 한다는 의미에서 장비의 선택과 활용 또한 주목해야 할 필요가 있다. 예로, 비상시 기체를 공유할 목적의 롱 호스 사용은 일반적인 보조호흡기 사용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넘어선다. 롱 호스를 사용하는 당사자는 거추장스럽고 불편할 수도 있으나 버디와 팀의 안전과 편리를 위해 선택한 방식이다. 라이트를 항상 소지하고 비추고 다니는 이유는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니다. 나의 위치를 버디와 팀원에게 알리고 서로 소통할 목적이다. 빛을 비추고 있는 다이버는 멀리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지만 빛이 없는 다이버는 때론 팀을 불안하게 만든다. SMB나 손거울 등을 소지하는 이유도 함께 한다는 취지에서 그 맥을 같이 한다. 장비를 선택하고 사용하는 목적까지도 나만을 위한 것이 아닌, 함께 하는 팀을 배려해야 하는 것이다.
팀 중에 누군가 실력이 부족하다면 나도 거기까지만 할 수밖에 없다. 팀 중에 누군가 장비에 이상이 생기면 나도 다이빙을 마쳐야 한다. 함께 한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다이빙 기술을 배우고 연마하는 이유는 함께하는 이들과 어우러져 나와 팀 전체가 같이 즐기기 위함이다. 다이빙 경험이 늘고 다이버 레벨이 높아질수록 이러한 사고는 더욱 깊어져야 한다. 나만의 시각에서 벗어나 타인의 입장에서 바라볼 때 비로소 다이빙을 함께 즐길 수 있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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