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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강사 칼럼 서문에 부쳐





2001년 봄이었다. 그것이 엉망이었다는 사실은 훗날 내가 강사가 되고서야 알았다. 경사가 가파른 해변의 물속에서 강사는 내게 기술들을 이것저것 두서없이 시켜댔다. 마스크를 벗어던지고 수면 위로 튀어 올라온 나는 강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위축됐다. 계속해야 할지를 고심했던 기억이 생생하다. 결국 그는 나를 다른 강사에게 내맡기고 떠났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시 했기에 오늘 이 글을 쓸 수 있는 것이리라.

2002년 봄이었다. 배낭을 메고 세계 여행을 떠나기로 한 계획을 바꿔 우선은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기로 결정했다. 당시 국내에서 진행하는 PADI 강사 교육 과정은 지금처럼 자주 개최되지 않았다. 심지어 한국어로 된 강사 매뉴얼도 없었다. 천이백여 쪽에 달하는 육중한 강사 매뉴얼과 두꺼운 영어 사전을 들고 호기롭게 외국으로 나섰다. 남의 나라 말이 서툴러 통역을 통해 교육을 받고 시험을 치렀다. 그렇게 스쿠버다이빙 강사가 되었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간 것이다. 다이빙이나 강습에 대한 의문이 들어도 속 시원히 조언을 구할 선배들은 거의 없었다. 규정집과 강습 가이드, 여기저기서 어렵사리 구한 교육 자료들을 보고 또 보고. 외국인 동료 강사들의 수업을 어깨너머로 훔쳐보며 고군분투했다.


첫 학생이었다. 강습을 마치고 난 후 발급한 그녀의 자격증에 내 이름과 강사 번호가 또렷이 새겨져 있었다. 기분이 묘했다. 아마도 그때부터였던 듯하다. 평생 지워지지 않을 내 이름을 걸었으니 자격을 허투루 발급할 수는 없겠구나. 이것이 강습을 대하는 나의 첫 마음이었다. 나를 거쳐간 수많은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꾸준히 즐기고 있을지는 알 수 없다. 나는 다만 내 할 일을 할 뿐이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먹고사는 문제와 결부된 우여곡절도 많았다. 고백하건대 차마 말하지 못할 나와의 타협이 어디 한두 번이었으랴. 그럼에도 부끄럽지 않고자 부단히 노력했다.



스쿠버다이빙 활동이 여타 레저 스포츠에 비해 다가감이 그리 쉬운 것은 아님을 나는 동의한다. '물'이라는 잠재적인 위험요소에 따른 심적 우려, 여기에 일련의 교육을 받고 자격을 얻기 위해 쏟아야 할 시간과 비용과 노력의 부담은 그 문턱을 한층 높인다. 이와 같은 현실적인 이유로 다이빙을 즐기는 사람은 드물 수밖에 없다. 앞으로도 대중화되긴 어려울 것이다. 이런 마당에 다이빙을 교육하는 단체들은 시장을 키우고 그 점유율을 높이고자 강사 배출과 다이버 자격증 발급에 열성이다. 정글 같은 무한 경쟁 속에서 다이빙을 제공하는 자와 요구하는 자. 많은 이들이 무엇이 옳고 그른지 판별하기 어려워 안갯속을 헤매다 엉뚱한 길로 들어선다. 도움 될만한 이정표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있거나 할 계획이거나 관심 있는 이가 아니라면 이 글을 볼 일은 아마도 없을 것이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한 글이 아닌 이상, 나의 생각을 보다 선명하게 드러내는 것도 괜찮겠다 싶었다. 다룬 사안들을 완곡하게 표현하고자 노력했음에도 몇몇의 주제에서 논조가 다소 강한 부분이 있음을 본다. 권유보다는 강요를 택한 것이다. 생명과 직결된 다이빙에 대해 소신을 가지고 말하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고 또 그래야 함은 지금도 변함없는 생각이다.



2024년 봄이다. 이 글들은 그렇게 켜켜이 쌓여 온 고민들의 산물이다. 고뇌의 흔적들이 시간이 흘러 기억에서 흐릿해지기 전에 남겨놓는 기록이다. 지난 동안 다이빙을 배우고 가르치고 즐기는 방식에 대한 나의 생각들을 칼럼 형식을 빌려 정리했다. 혹자는 마음에 와닿지 않거나 동의하기 어려운 부분도 있을 것이다. 생각과 표현은 결코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 이상을 넘어설 수 없음을 안다. 그것은 모두 나의 미천한 경험과 사유의 부족함이니 너그러이 이해해 주길 바란다. 그럼에도 나와 같은 고민을 했을, 하고 있을, 그리고 할 다이버들을 위해 미력하나마 지워 없애지 않고 ​흔적을 남긴다.





믿을 것은 오직

제대로 받은 교육과

잘 관리된 장비와

서로 신뢰하는 버디뿐이다.












김영준

2001년에 다이빙을 처음 시작했다.

2002년에 PADI 강사가 되어 태국과 호주에서 활동했다.

2013년에 PADI 코스 디렉터가 되었고 이후 지금까지 서울에 본거지를 두고 다이빙하고 있다.

주된 업무는 다이버 양성과 우리 바다를 비롯한 전 세계 다이빙 여행을 다니는 것이다.

바른 강습과 수중 세상 촬영과 생태계 보전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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