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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오래전 어느 스쿠버다이빙 잡지에 실린 여행 기고문을 본 적이 있다. 외국 어딘가에서 동굴 다이빙 교육을 받는 내용이었다. 기고문의 필자는 국내의 한 스쿠버 단체의 강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내가 그 여행기를 떠올린 이유는 흥미롭게 엮어놓았던 그의 모험담 때문이 아니다. 글의 말미에 있던 작은 사진 한 장이 나의 눈길을 잡았다. 사진의 배경은 덤불이 무성한 숲속 어딘가였고 연세가 지긋해 보이는 할아버지 둘이서 다이빙을 준비하고 있는 모습이었다. 필자는 마침 같은 장소에서 교육을 받은 듯한데 우연하게 이 두 고령의 다이버들을 만나 짧은 대화를 나눈다.


강사는 그 다이버들에게 단체가 어디냐고 물었고 그들은 그런 거 모른다고 답한다. 여기서 얼마나 다이빙했느냐고 물었고 젊어서부터 줄곧 함께하고 있다고 답한다. 잠시 잠깐 와서 특별한 교육을 받았다고 여행 기고문까지 써가며 으스대는 강사. 그리고 그 강사가 다이빙이란 게 무엇인지 알기도 전부터 다이빙해 왔을 법한, 단체도 무엇도 없는 노(老) 동굴 다이버들과의 짧은 대화. 도대체 다이빙을 잘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저도 다이빙을 잘하고 싶어요."

스쿠버다이빙 강사로서 다이버들에게 종종 듣는 말이다. 다이빙을 잘한다라... 무엇을, 그리고 어떻게 하는 것이 다이빙을 잘하는 것일까. 이 말을 들을 때마다 곰곰 생각해 보게 하는 대목이다. 나는 다만 다이버의 레벨이나 경험치 등을 감안하여 어떤 의미로 이 말을 하는지를 짐작할 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가 진지하게 묻는다면 나는 그 대답을 머뭇거리게 된다. 내가 생각하는 다이빙을 잘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상황에 따라 다르기 때문이다.



어떤 다이버는 자신과 버디를 꼼꼼하게 챙기기 때문에 잘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떤 다이버는 부력 맞추기나 핀킥 등의 기술이 뛰어나기 때문에 잘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떤 다이버는 다양한 다이빙 형태의 이론지식과 특별한 장비들을 잘 다루기 때문에 잘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떤 다이버는 강사로서 강습을 재밌게 잘 하므로 잘한다고 볼 수 있고, 어떤 다이버는 다이브마스터로서 수중 가이딩을 잘 하는 다이버도 있고, 작은 수중생물을 잘 찾는 다이버도 있고, 수중사진을 멋지게 잘 찍는 다이버도 있고, 팀을 재밌게 잘 이끄는 다이버도 있고, 장사를 잘하는 다이버도 있고, 다이빙 이론을 잘 아는 다이버도 있고, 다이빙 장비를 잘 고치고 다루는 다이버도 있고... 이처럼 각 분야에서 참으로 다이빙을 잘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다이버들이 추구하는 '다이빙을 잘한다'는 것은 이런 의미가 아닐까 싶다.

'무중력 상태에서 고도의 편안함을 유지하며 쉽게 원하는 움직임을 갖는 것'

이것은 외우주와 내우주에 관한 이야기이자 움직임과 멈춤에 대한 이야기다. 궁극의 디자인은 없어져서 보이지 않는 것이라면 궁극의 다이빙은 멈춰서 움직이지 않는 것이 아닐까.



호흡을 통한 수심의 유지와 핀 킥을 통한 위치의 유지, 지각(知覺)을 통한 대열의 유지와 전반적인 상황을 예의 주시한다. 호흡법의 연습은 폐의 수축, 이완을 보다 세밀하게 조절할 수 있게 하고, 핀 킥의 연습은 최소의 움직임으로 최대의 운동 효과를 내게 하며, 지각의 연습은 상황 판단 능력을 향상시킨다. 그렇게 무중력의 장인이 된다.





스쿠버다이빙 강사와 같은 팀의 리더로서 다이빙을 잘한다는 것은, 팀 전체를 아우르는 기술이 아닐까 싶다. 실제로 오픈워터 다이버는 인솔하는 강사만 보이고, 어드밴스드 다이버는 버디까지 보이고, 레스큐 다이버는 함께하는 팀이 살짝 보이고, 다이브 마스터는 전체적인 팀이 보인다고 한다. 팀 전체를 이끄는 리더는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팀원을 눈이 아닌 머릿속에 넣고 있어야 한다.



팀을 체계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세밀한 관찰과 적절한 판단이 필요하다. 이 능력을 키우는 첫 번째 방법은 눈으로 파악한 정보들을 머릿속에 잘 넣어두는 것이다. 기억해야 하는 정보는 나와 나의 장비, 팀원은 물론, 팀원들의 마음 상태, 장비 상태, 물의 환경상태 등 모든 것을 포괄한다.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총체적인 지각의 확장이라고 할 수 있겠다. 다이빙의 시작과 끝의 모든 정보를 프로파일로 만들어 머릿속에 넣고 진행하는 것이다. 바로, 생각하는 다이빙이다.





그러나, 서로 똑같은 것을 보면서도 누구는 알고 누구는 알지 못한다. 이것은 어떤 차이에서 오는 걸까. 사물을 꿰뚫어 보는 안목과 식견. 즉 혜안의 차이이지 않을까 싶다. 혜안의 기술을 높이는 확실한 방법은 경험이다. 실제로 경험 많은 노련한 강사는 눈으로 한 번 쓰윽 스쳐 지나가며 보는데도 팀원 중에 누가 장비 조립이 잘 못 되어있는지, 또 누가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시시각각 변화하는 물속에서도 예기치 않게 발생하는 문제들에 당황 없이 적절한 대응을 한다. 이것은 경험에서 우러나오는 직관이자 통찰이다. 그러니 글로서 배울 일이 아니다. 두려움을 떨치는 가장 좋은 방법은 그것을 직접 해 보는 것이고 그것을 잘하는 방법은 많이 해 보는 것이다. 경험만 한 스승이 있으랴.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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