홋카이도에 다이빙을 갔었다. 오호츠크해에서 흘러온 빙하는 시레토코 반도에 걸려 머문다. 동아시아에서 유빙 다이빙을 즐길 수 있는 유일한 곳이다. 빙하가 내려오는 시기는 일정치 않으며 연중 짧은 기간뿐이다. 북해도로 향하는 항공기는 한겨울의 혹독한 날씨 탓에 결항되기 일쑤다. 우리보다 며칠 먼저 와 있던 일본의 촬영팀은 끝내 다이빙을 하지 못했다. 그들이 떠나는 날 유빙이 해안으로 밀려왔고 다행히 우리의 모습을 영상에 담아 갔다.
함께 했던 싱가포르 팀은 찬물 다이빙을 많이 접해보지 못했던 탓인지 진행을 어려워했다. 아이스 다이빙을 매년 즐겨오던 우리는 찬 수온과 두꺼운 장비에 익숙했다. 빙하가 녹아 셰이크가 된 얼음을 1미터 정도 헤치고 내려간 곳. 시야는 수정처럼 맑다. 컴퓨터에 찍힌 수온은 영하 1도. 인류가 다이빙을 할 수 있는 최저의 수온이리라. 톡톡 뛰어다니는 북극 새우와 바다의 천사 클리오네를 직접 알현하는 순간이다.
찬바람이 불어온다. 옷깃을 여민다. 다이버들로 드글대던 지난여름엔 정신이 없었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포인트에 원하는 만큼 진행하는 것도 어려웠다. 오가는 도로는 얼마나 막혔던지. 성수기의 숙박비는 또 얼마나 높았던지. 수온이 높던 물속은 해초 하나 없이 얼마나 황량했던지. 이 모든 것을 감수하고 한철 다이빙을 했다. 이젠 추울 것을 생각하니 아찔하다. 남쪽의 물속은 그나마 낫긴 하겠지만 젖은 웻슈트로 칼바람 맞을 생각하니 오싹하다. 물에 가고픈 마음이 사그라든다. 그저 따뜻한 남쪽나라로의 여행이 하루빨리 가능해지기를 바라본다. 장비를 깊숙이 집어넣고 내년 여름을 기약한다.
찬바람이 불어온다. 수온이 내려가려면 한두 달은 더 기다려야 한다. 물이 차지면 해조류가 자라기 시작한다. 길게는 3미터씩 자라는 모자반은 물속에서 숲을 이룬다. 암초에 붙어 여름 내내 오므리고 있던 말미잘도 슬슬 피어오른다. 산호들도 알록달록 제 색을 뽐내기 시작한다. 가을 산이 단풍 들듯 물속도 옷을 갈아입는다. 여기에 장단 맞춰 생명체들도 하나둘 모습을 드러낸다. 진귀한 뭔가를 찾으러 여기저기 돌아다닐 필요가 없다. 사진기에 한참을 담다 보면 또 다른 녀석이 저도 봐 달라며 고개를 내민다. 아쉽게도 벌써 올라갈 시간이다.
눈이 내린다. 도착한 다이브리조트에서는 천막을 두르고 난로를 지펴뒀다. 내부는 훈훈하다. 화로에서 고구마 익는 냄새가 구수하다. 사람들도 없어 한적하다.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곳으로 다이빙을 할 수 있다. 최대한 천천히 다이빙 준비를 해도 여유롭다. 장비는 무겁지만 보트는 바로 앞에 있고 어차피 물에서는 무중력이다. 겨울철의 물속은 시야가 더 맑다. 해조류며 산호들이 풍성하게 피어 있다. 진귀한 녀석들까지 즐비하다. 다이빙을 마치고 눈 내리는 바다를 보며 즐기는 따뜻한 커피 한 잔.
찬물 다이빙을 즐기는 방식은 다르다. 수온이 내려가면 슈트 안에 옷을 더 두껍게 입어야 한다. 따뜻하게 입을수록 움직임은 둔해질 수밖에 없다. 부력도 세지니 무게도 더 짊어져야 한다. 두꺼운 후드와 글러브도 익숙해져야 한다. 수온이 내려갈수록 몸짓은 둔해지고 장비는 무거우며 불편하다. 찬물 다이빙 장비에 익숙해지도록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이유다. 다이빙을 할 때는 움직임을 최소화해야 한다.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것이 아닌 넓지 않은 지역을 유유히 움직이며 수중생물을 관찰한다. 시야가 좋으면 멀리 보면 되고 그렇지 않으면 가까이에 있는 것 보면 된다. 멈춰서 움직이지 않아야만 비로소 볼 수 있다.
아이스 다이빙을 하겠다며 대만에서 왔던 에밀리는 수온이 다양한 우리 바다를 부러워했었다.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이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그 소중함을 모른다. 문을 열고 나서지 않으면 창문 밖의 풍경에 만족해야 한다. 만족은 존중하지만 선입견은 경계해야 할 필요가 있다. 마음의 문을 닫고 있는 사람에게 강요나 회유는 부질없다. 추운 것을 좋아하는 다이버는 없다. 단지 찬물 다이빙을 즐길 뿐이다. 문을 열고 나서는 것은 작은 호기심이면 충분하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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