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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 준비하기

최종 수정일: 7월 13일






다이빙을 준비한다. 슈트를 입고 후드를 쓰고 오리발까지 신었다. 스쿠버 키트를 메고 나니 웨이트를 안 찬 걸 알았다. 장비를 멘 채 웨이트 벨트를 허리에 두르려니 쉽지가 않다. 키트를 벗고 웨이트를 찬 뒤 다시 키트를 멨다. 마스크 김 서림 방지 처리를 했는데 헹굴 물이 멀리 있다. 거동이 불편해 오리발을 벗었다. 보트의 좁은 통로엔 다른 다이버들도 많아 겨우 가서 마스크를 헹궜다. 입수할 때 쓰려고 우선 이마 위에 올려 뒀다. 글러브를 끼고 나니 다이브 컴퓨터가 가방 안에 있다는 것이 떠올랐다. 가방에서 컴퓨터를 꺼내 손목에 차려니 두꺼운 글러브 때문에 제대로 채우기가 어렵다. 글러브를 벗고 컴퓨터를 착용한 뒤 다시 글러브를 꼈다. 드디어 입수 준비를 모두 마쳤다. 그때 버디가 이제 막 화장실을 다녀와 슈트를 입기 시작한다. 메고 있는 장비가 무거워 배 앞쪽의 한적한 곳으로 가 버디를 기다린다. 버디가 장비를 다 착용하면 버디 체크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한참이 지났는데도 버디가 오지 않는다. 가보니 이미 입수해서 수면 위에서 나를 기다리고 있다. 부랴부랴 오리발을 신고 마스크를 쓰고 입수한다. 다이빙하는 내내 후드에서 삐져나온 머리카락은 흩날리고, 마스크에 김은 계속 서린다.




이런 상황을 직접 겪어봤거나 혹은 본 적이 있는가? 대부분 다이빙을 이제 막 시작하는 다이버들에게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들이다. 누구나 실수는 할 수 있지만 대개는 준비하는 순서가 정립돼 있지 않아서일 게다. 기실 순서에 정답이 있는 것은 아니므로 앞에서 언급한 방식들이 틀렸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러나, 그곳이 한여름의 뙤약볕 아래라면? 드라이슈트를 입고 웨이트를 무겁게 차고 있다면? 버디 팀 모두가 장비를 메고 나를 기다리고 있다면? 이처럼 몇 가지 상황만 떠올려 보더라도 다이빙을 준비하는 순서는 아무래도 필요하다.






다이빙 활동 중에 가장 힘이 드는 순간은 언제일까? 

무거운 장비를 이고 지고 이동할 때? 강한 조류를 만나 열심히 오리발질을 할 때? 다이빙을 마치고 보트 사다리를 오를 때? 휴가는 끝나가고 출근할 날이 다가올 때?

조류로 인해 핀 킥을 열심히 한 경우와 출근의 압박을 제외하고, 가장 힘이 드는 순간은 대부분 중력 때문일 것이다. 더 무겁게 짊어지고 더 오래 움직일수록 더 많은 기력이 소모되는 건 당연하다. 



처음 장비를 짊어지고 물속으로 들어가기 바로 전까지, 그리고 다이빙을 마친 뒤 젖어서 더 무거워진 장비를 메고 다시 중력의 세상으로 나올 때. 바로 이때가 다이빙 활동 중 힘이 가장 많이 드는 순간일 것이다. 그렇다면 힘을 덜 들이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답은 이미 나와 있다. 짊어질 무게는 최대한 줄이고, 짊어진 시간은 되도록 짧게 하면 된다. 만약 무게를 줄일 수 없다면 무거운 장비일수록 가장 마지막에 착용하고, 시간을 줄일 수 없다면 이동 동선을 가능한 한 짧게 해 불필요한 움직임을 줄인다. 그래서 장비를 착용하는 적절한 순서는 필요하고 또 중요하다.






'무게는 줄이고 시간은 짧게 한다.'는 원칙을 바탕으로, 기력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효율적인 장비 착용 순서는 다음과 같다.


1. 화장실을 다녀온다.

다이버라면 그 이유를 잘 알 것이다. 물속에서는, 특히 수온이 낮을수록 이뇨작용이 더 쉽게 일어난다. 스트레스 없이 다이빙을 즐기려거든 장비를 착용하기 전에 화장실부터 다녀오길.


2. 슈트를 입는다.

혹여 바퀴벌레나 지네가 들어가 있진 않은지 잘 살펴보라. 녀석들은 어둡고 습한 곳을 좋아한다.


3. 손목에 게이지를 착용한다.

컴퓨터와 나침반처럼 가벼우면서도 섬세한 조정이 필요한 장비를 우선 착용한다. 글러브를 끼기 전에 미리 착용하는 것이 좋다. 장비를 모두 멘 채 서서 손목에 게이지를 꼼지락거리며 채우는 모습을 상상해 보라. 생각만 해도 힘이 빠지지 않는가?


4. 후드를 쓴다.

마스크를 착용하려면 후드를 먼저 써야 한다. 또한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후드를 쓰면 머리카락 등을 정리하기가 불편하다. 만약 다이빙 장소로 이동한 뒤 바로 입수할 게 아니라면, 쓰지 말고 가지고 가서 입수 전에 착용하면 된다.


5. 마스크를 착용한다.

마스크에 김 서림 방지 처리를 했다면 얼굴에 바로 쓰는 것이 좋다. 김 서림 방지 효과가 오래 지속되는 제품도 있긴 하지만, 항상 그런 건 아니다. 그 한 번의 방심이 다이빙을 망칠 수도 있다. 또한 마스크를 착용하면 자연스럽게 입으로만 호흡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물에 들어가 호흡기로 호흡을 시작하기 전에 미리 적응하는 워밍업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초보 다이버일수록 호흡기 호흡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마스크를 일찍 착용할 것을 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또한 바로 다이빙할 게 아니라면 가지고 가서 입수 전에 착용하면 된다.


6. 글러브를 착용한다.

글러브가 두꺼울수록 손의 감각은 더 둔해질 수밖에 없다. 후드를 사용하는 다이버라면 글러브를 낀 상태에서 후드 안쪽으로 머리카락이나 마스크 스커트를 정리하는 것이 불편할 수 있다. 그래서 장비를 착용할 때 불편하지 않도록 글러브는 가능한 한 후반부에 착용할 것을 권한다. 하지만 드라이 글러브를 사용한다면 꼼꼼한 방수 처리와 함께 안쪽이 젖지 않게 해야 하므로 착용을 미리 해야 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점들을 고려해 가장 편하고 효율적인 착용 순서를 정하면 된다.


7. 웨이트를 착용한다.

웨이트 착용은 장비 착용 마지막 단계인 스쿠버 키트를 메기 바로 전단계에 실시한다. 무거운 장비일수록 가능한 한 나중에 착용하는 것이 기력 소모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8. 스쿠버 키트를 착용한다.

가장 무거운 장비인 만큼 가장 나중에 착용한다. 가끔 버디 팀은 아직 준비가 덜 됐는데 혼자서 스쿠버 키트까지 모두 착용하고 기다리는 다이버가 있다. 물에 혼자 들어갈 게 아니라면 기력을 아끼기 위해 팀과 박자를 맞추는 게 좋지 않을까?


9. 버디 체크를 한다.

버디와 함께 하든 버디 없이 혼자 하든 여하튼 필수다. 포인트에 도착해 물에 발도 못 담그는 상황을 없애려거든, 혹은 입수했다가 도로 올라오는 경우를 막으려거든 꼼꼼히 하길 권한다.


10. 오리발을 신고 입수한다.

오리발을 착용하면 거동이 불편해지므로 버디 체크 후 입수 지점에서 가장 마지막 단계로 실시한다. 아무리 급해도 꼭 신고 들어가길. 오리발도 없이 뛰어든 다이버를 실제로 본 적이 있다. 맙소사!





화장실 ▶ 슈트 ▶ 손목에 게이지 ▶ 후드 ▶ 마스크 ▶ 글러브 ▶ 웨이트 ▶ 스쿠버 키트 ▶ 버디 체크 ▶ 오리발 ▶ 입수


이 순서는 다이빙을 준비하면서 불필요한 에너지 소모를 최소화하기 위한 하나의 기준이다. 물론 환경과 장비 구성, 다이빙 진행 방식에 따라 순서는 달라질 수 있으며, 때로는 그렇게 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중요한 점은 순서 자체가 아니라 순서의 취지를 이해하는 것이다.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적용하되, 입수 전까지 '무게는 줄이고 시간은 짧게 한다.'라는 기본 원칙만은 변하지 않아야 한다.


기실 열대 바다 환경에서는 이러한 준비 절차가 그리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다. 착용하는 장비가 상대적으로 단출하고 가벼워 기력 소모가 과히 크지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우리 바다와 같은 찬물 다이빙 환경에서는 이야기가 달라진다. 체온 유지를 위해 더 두꺼운 슈트를 입어야 하고, 그에 따라 짊어질 웨이트도 무거워져 기력 소모가 훨씬 커진다. 따라서 수온이 낮은 곳에서 다이빙할수록 준비 절차와 순서는 더욱 철저하게 따라야 한다.


다이빙할 환경에 상관없이 절차에 따라 준비하는 것은 기력을 아끼는 것 외에도 또 하나의 큰 이점이 있다. 바로 순서를 정해 익혀두면 실수를 줄일 수 있고, 서둘러야 하는 상황에서도 허둥대지 않게 된다는 점이다.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그것' 하나가 다이빙을 더 생각나게도, 덜 생각나게도 한다. 어디에서 다이빙을 하건 한결 수월하고 보다 안전하며 더 즐거운 다이빙을 위해 자신만의 준비 절차를 세워 봄이 어떤가?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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