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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이빙을 안전하게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우리가 한다'

오래전 모 다이브 리조트에 방문했을 때 외벽에 걸려있던 슬로건이다. 물속에서 숨 쉬고 노니는 것은 당연히 본인이 하고, 그 전후로 힘들고 불편한 과정들은 대신해 주겠다는 의미일 것이다. 스쿠버다이빙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중에서 지금까지 내가 본 것 중 단연 최고의 슬로건이 아닐까 싶다.



스쿠버다이빙 활동은 장비 의존형 레저 스포츠다. 그만큼 필요한 장비의 종류도 많을뿐더러 그 부피와 무게도 만만찮다. 다이빙을 즐기기 위한 일련의 과정은 어찌 보면 조금은 고되고 불편한 작업의 연속이다. 필요한 모든 장비들을 꼼꼼하게 챙겨야 하고, 이것을 진행할 장소까지 운반해야 하고, 정확하게 조립해야 하고, 순서대로 입고, 걸치고, 착용하고, 이것을 짊어지고서 잠깐의 무중력 세상을 즐긴다. 그런 후 젖어서 더 무거워진 장비를 짊어지고 다시 중력의 세상으로 나와 앞의 과정을 반대로 반복한다.




마지막엔 사용한 장비들을 다음번에도 이상 없이 사용할 수 있도록 꼼꼼한 세척과 관리 작업도 필요하다. 이처럼 그닥 즐겁지만은 않은 과정임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이 활동을 지속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중력의 압박에서 벗어나 무중력의 세상에서 느끼는 편안함과 자유로움이 이 지난한 작업을 반복하도록 하는 동력이지 않을까.



어느 지역에 가면 그야말로 모든 것을 그들이 해 주는 곳이 있다. 마치 아이언맨이 슈트를 자동으로 입고 벗듯 다이빙 전후에 장비는 손도 댈 일이 없다. 정식 다이버 자격이 없는 체험다이빙 참여자들에겐 그렇다 치더라도, 모든 다이버들에게 이 훌륭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그리고 내가 본 가장 당혹스러웠던 순간은, 이 시스템에 익숙해져 있던 모 단체의 강사라는 사람이 장비 조립을 못 하는 상황이었다.





이 날까지 다이빙을 해 오면서 참으로 많은 돌발 상황들을 보고 겪었다. 다이빙 중 기체가 고갈되는 경우는 가장 흔한 일이고, 수중에서 호흡기가 터져버린 경우도 있었고, BCD의 덤프 밸브가 빠져버린 경우도 있었으며, 마스크나 핀의 스트랩이 끊어진 경우, 비시디 기체 주입 버튼이 들러붙어 급상승 한 경우, 컴퓨터나 라이트 등의 전자 장비들이 고장나거나, 어딘가에 엉키거나, 방향을 잃거나, 팀을 잃어버리거나, 심지어 다이빙 보트로부터 표류 한 경우까지... 몇몇 최악의 상황은 차치하고도 이루 다 말할 수 없을 정도로 많은 에피소드가 있다.


내가 할 줄 알면서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과 내가 할 줄 모르면서 도움을 받는 것은 천지차이다. 내가 사용할 스쿠버다이빙 장비에 있어서는 더욱 그렇다. 대부분의 스쿠버 장비들은 매우 믿을 만하고 견고하게 만들어졌다. 그러나 아무리 잘 만들었다 하더라도 영구히 고장 나지 않는 것은 단 하나도 없다. 장비는 그저 고장 난 장비와 아직까지 고장 나지 않은 장비가 있을 뿐이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문제는 보통 사용 중에 발생한다. 본인이 아무리 실력이 뛰어나다 할지라도 그 사용하는 장비에 익숙하지 않거나, 사용법을 제대로 모르거나, 잘 작동하는지 사전에 점검하지 않았다면 그저 나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는 위험한 장난감에 불과할 뿐이다.




스쿠버다이빙은 기본적으로 최소한 버디 시스템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중에서 돌발적으로 일어난 위급 상황에서는 나 이외에 그 누구도 내게 즉각적으로 도움을 줄 수 없다. 먼 산 바라보고 있는 버디도 아니고 팀의 인솔자도 아니며, 장비를 조립해 준 스탭이나 모든 것을 대신 해 주겠다던 다이브 숍의 사장님은 더욱 아니다. 수중에서의 다급한 순간은 단 몇 초 안에 모든 것을 좌우한다는 것을 기억하라. 내가 사용할 장비는 내가 직접 조립하고 점검하고 정리하고 다시 한번 확인하는 것이 안전 다이빙의 기초이자 핵심이다.



다이빙을 안전하게 즐기기 위한 조건은 당연히 장비에 국한 된 것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저 안전한 항해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첫 단계에 불과하다. 모든 것을 해 주겠다는 말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으로선 최고의 마인드이며 듣는 이에게도 무척이나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그러나 이를 어디까지 받아들일지는 다이버 스스로 판단하고 선택할 일이다. 우리가 다이빙 후에 나누는 이야기가 아찔했던 모험담보다 아름다운 수중 세상을 어떻게 즐겼는지에 대한 담소가 더 많기를 바란다.





끝으로, 나는 아래와 같은 슬로건을 내걸었다.

'제대로 배운 교육을 믿고, 잘 관리된 장비를 믿고, 서로 신뢰하는 버디를 믿어라. 단, 자연은 절대로 믿지 마라.'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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