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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조자의 역할에 대하여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하나요?"

강사들을 따라 인턴십 과정에 참여하고 있는 다이브 마스터 강습생이 찾아와 하소연했다. 지난번에는 학생을 왜 잡아주지 않았냐고 하더니 이번에는 왜 잡아주었냐고 하더란다. 나는 그것이 진정 같은 상황이었는지 되물었다. 배우는 사람은 나무를 볼 수밖에 없지만 가르치는 사람은 숲을 봐야 한다. 다이버 강습생과 보조자 강습생과 강사의 관계는 미묘하게 얽혀있다. 강습생과 보조자는 서로를 통해 배우고 강사는 그 사이에서 조율이 필요하다.



보조자란 거들어주는 사람이다. 스쿠버다이빙에 있어서 보조자는 강사가 진행하는 강습이나 다이빙 진행 시에 인솔자를 돕는다. 인솔자의 눈과 귀와 손과 발의 연장(延長)인 샘이다. 보조자는 다이브 마스터부터 강사까지​ 프로페셔널이라면 누구나​ 그​ 역할을 할 수 있다. 보통 프로페셔널이 되는 첫 번째 단계인 다이브 마스터 과정에서 보조자의 역할에 대해 배운다. 강사와 마스터는 멘토(mentor)와 멘티(mentee)의 관계다. 멘토는 자신의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멘티를 지도하고 자신만의 노하우를 전수한다.





보조자의 역할로서 많이 하는 실수는 팀원을 잘 챙기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 더 많이 하는 실수는 너무 챙기는 것이다. 기실 안 챙긴다기보다는 처음엔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못 챙기는 경우가 많다. 인솔 강사의 지도와 조언으로 그 방법을 차츰 익혀간다. 보조하는 방법이 익숙해지면 나중에는 과하게 챙기기 시작한다. 무엇을 도와주고 무엇을 돕지 말아야 하는지의 기준은 이때 생긴다.



다이버 강습생의 목표는 스스로 다이빙하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고, 보조자 강습생의 목표는 다이버에게 도움 주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다. 강사는 이 두 강습생들에게 스스로 다이빙하는 방법과 스스로 도움 주는 방법을 가르친다. 학생 다이버가 손수 해결해야 할 순간에 누군가가 도움을 줘 버린다면 다이버는 배움을 얻을 기회를 잃는다. 강사는 학생과 보조자 사이에서 자신이 직접 행하도록 두는 것과 도움을 주는 정도를 조절하고 감독해야 한다.





보조자의 역할이라고 해서 꼭 무언가를 해야만 하는 것은 아니다. 작위 하지 않으면서 도움을 주는 것이 가장 좋은 도움이다. 도움을 주어야 할 때도 해 주는 것과 보여 주는 것의 차이를 알아야 한다. 실제로 보조자의 가장 중요한 임무는 팀 전체를 바라보는 것이다. 다이버의 뒤에서 자신을 보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것만으로도 이미 본연의 역할을 하고 있다. 팀원들을 지속적으로 살피며 인솔자와 소통을 이어간다.



물 속에서 보조자가 스스로 판단해서 움직여야 하는 상황은 보통 세 가지다. 다이버가 위험한 상황에 처할 우려가 있을 때, 수중생물에 해를 입힐 우려가 있을 때, 그리고 인솔자와 분리될 우려가 있을 때다. 언제 어느 순간에 다가가 손을 뻗어야 할지를 판단해야 한다. 도움을 주는 것이 진정한 도움인지를 생각해야 한다. 이 외에는 그림자처럼 그저 팀원의 뒤를 따를 뿐이다.




강습 중 물속에서의 강사와 강습생과 보조자의 위치는 대개 이와 같다. 강습생들은 강사를 바라보고, 강사는 강습생들과 그 뒤의 보조자를 바라보고, 보조자는 강습생들과 그 앞의 강사를 바라본다. 강사와 보조자가 강습생들을 앞뒤로 감싸고 있는 형태다. 강습생은 강사만 보면 되지만 강사와 보조자는 둘 모두를 봐야 한다. 그래야만 서로 의사소통을 할 수 있고 적시에 도움을 청하고 받을 수 있다.



보조자는 인솔자와 버디 관계다. 수레를 앞에서 끌고 뒤에서 미는 것과 같이 인솔하는 팀을 시간과 공간 안에 두어야 한다. 물속에서 팀을 인솔한다면 인솔자는 앞에서 팀을 이끌고 보조자는 뒤에서 팀을 따른다. 이것은 팀을 공간 안에 두는 개념이다. 물에 들어갈 때는 인솔자가 먼저 입수하고 팀원들이 차례로 입수를 마치면 마지막에 보조자가 입수한다. 이것은 팀을 시간 안에 두는 개념이다.




다이빙을 오랫동안 함께 한 버디는 눈빛을 교환하고 고개만 까딱해도 무슨 말을 하는지 안다. 이심전심인 것이다. 다이브 마스터로서 노련한 보조자가 되기 위한 훈련은 바로 이 순간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가능하다면 최대한 많은 멘토들과 함께 해 보길 권한다. 교과서엔 나오지 않는 그들만의 노하우를 얻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따라다니기만 하는 것은 의미 없다. 중요한 점은, 의문을 가지고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모르겠다던 인턴십 과정의 마스터 강습생은 의구심만 남겨둔 채 질문하는 것을 잊었다. 함께하지 않으면 물을 수 없고 묻지 않으면 얻을 수 없다. 그렇게 조금씩 숲이 보이기 시작한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4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5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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