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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그림 그리기




하나, 둘, 셋, 넷......

​하나, 둘, 셋, 넷......


오 초를 넘기면 안 된다. 그 안에 무언가를 해야 한다. 지나가는 물고기를 가리켜 보이기도 하고 산호 조각을 집어 건네주기도 한다. 신기한 장난감을 마주한 아이처럼 눈빛은 이내 호기심으로 변한다. 호흡기를 물고 고개를 물속에 담근 후 이 과정을 대여섯 번 정도 반복한다. 내쉬는 버블은 한결 부드러워진다. 이제 고비를 마주할 일은 거의 없다. 남은 것은 여유롭게 수중 세상을 노니는 것뿐이다. 오래전 수많은 체험다이빙을 진행하면서 사용했던 나의 '오 초의 법칙'이다.

다이빙을 하지 않는 주위 사람들 중에도 스쿠버다이빙을 경험해 본 이들이 제법 있다. 대부분은 해외 열대 바다로 여행을 갔다가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상품으로 체험해 본 경우다. 이를 계기로 스쿠버다이빙의 매력을 느낀 이들도 있지만, 매력은 고사하고 좋지 않은 기억으로 남아있는 이들도 있다. 경험담을 들어 본즉슨, 숨 쉬는 게 어려웠다거나 귀가 아파서 중도에 포기했다는 이야기 등이다.


스쿠버다이빙 활동은 건강상의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남녀노소 누구나 즐길 수 있다. 다만 물속에서 숨을 쉬는 활동인 만큼 그에 사용되는 장비에 어느 정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하다. 숨 쉬는 게 어려웠다는 얘기는 장비에 적응할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겠고, 귀가 아팠다는 얘기는 수압의 변화에 따른 압력 평형 방법을 제대로 숙지하지 못 한 때문이리라. 정해진 시간 안에 많은 인원을 소화해 내야 하는 상황이면 오죽했을까. 안타깝게도 재미를 못 본 사람들은 다이빙에 대한 선입견을 가진 채 수중 세상과 멀어지고 말았다.

스쿠버다이빙을 처음 배울 때 가장 중요한 기술 두 개를 꼽으라고 한다면 '숨쉬기'와 '중성부력'을 들어야겠다. 숨쉬기를 기술이라 할 것까지야 있겠냐만, 이로 말미암아 다이빙을 하게도 안 하게도 할 수 있는 첫 번째 관문이자 가장 중요한 순간임에는 분명하다. ​​생전 처음 대하는 기계장치를 짊어진 채, 호흡기라는 것을 입에 물고 숨 쉬는 게 익숙해지기까지는 대개 시간이 필요하다. 강사는 바로 이 시점에서 온 심혈을 기울여 차분하고 여유롭게 진행해야 한다. ​용기가 호기심으로 바뀌어야 앞으로 있을 모든 과정이 순조롭게 나아간다.



'맨 처음에 배우는 기술들은 쉽고 간단한 것들이니 빨리 진행하고, 어렵고 중요한 기술들에 시간을 더 많이 할애해야겠다.' 이런 생각을 가진 강사들도 있는 듯하다. 일견 타당하게 들릴지도 모르지만 나는 오산이라 말하고 싶다. 스쿠버다이빙의 기초는 호흡이다. 강습 커리큘럼의 구조상 이 호흡 방식에 익숙해지지 않은 채 다음 단계로 넘어가기는 어렵다. 설령 어찌저찌 넘어갔다 하더라도 진행은 매끄럽지 않을 것이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쏟아야 할 것이다.

다이버들이 다이빙을 처음 배울 때 호흡법과 함께 어려움을 호소하는 기술들이 있다. 마스크 기술이나 귀의 압력 평형 문제가 바로 그것이다. 기실 마스크 기술은 엄밀히 들여다보면 호흡법과 결부되어 있다. 마스크 기술을 시행할 때 문제가 발생하는 주된 요인은 스쿠버 호흡법이 익숙해져 있지 않은 채 진행했기 때문이다. 귀의 압력 평형 문제는 수압에 따른 인체의 작동 원리와 그에 따른 올바른 방법을 제대로 배우지 못 한 때문이다. 이것이 앞선 지식개발 세션에서 이론 강의를 심도 있게 다뤄야 하는 이유다. 이렇듯 강습의 구성은 하나의 줄기로 연결되어 있다. 순탄하게 진행하기 위해서는 첫 장, 첫 경험, 첫 번째 호흡에 가장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 한다.





체험 다이빙 외에 스쿠버다이빙을 독립적으로 즐기기 위해서는 자격증 과정에 임해야 한다. 자격 있는 다이버라면 꼭 필요하면서도 가장 중요한 기술이 있다. ​바로 중성부력이다. 스쿠버다이빙의 기초가 호흡이라면 스쿠버다이빙의 근본은 중성부력이다. 다이버는 수중에서 무중력 상태에 가까운 중성부력을 시종일관 유지해야 한다. 그래야만 수심과 위치와 속도를 조절하고, 기체와 에너지를 절약하며 신체와 환경을 보호할 수 있다. 중성부력을 스스로 조절하지 못한다면 독립적인 다이빙은 불가능하다고 봐야 한다.



무중력 상태를 느끼고 기계장치와 호흡을 이용해 중성부력을 맞추기 위해서는, 여러 가지 기술을 배우고 연습할 일련의 시간이 필요하다. 초급 과정 커리큘럼에는 중성부력을 조절하는 기술을 각 장에 여러 단계로 나눠 놓았다. 단계가 올라갈수록 점점 정교해지고 여타 기술과 혼합된 형태로 발전한다. 이런 이유로 기술들은 순차적으로 소개해야 하며 시간을 갖고 차분히 연습해 나가야 한다. ​물론 중요하지 않은 기술이 어디 있겠나마는, 그중에서도 중성부력 기술은 다이빙의 근본인 만큼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할당해야 한다.





대소경중 선후완급 (大小輕重 先後緩急)

일을 꾀할 때는 본질의 큰 것과 작은 것,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 우선할 것과 나중에 할 것, 급히 할 것과 천천히 할 것을 분별해야 한다. 스쿠버다이빙 강습을 진행하는 것 또한 이에 꼭 들어맞는다. ​우선은 코스를 완성하기 위한 전체적인 윤곽을 짜보라. 해야 할 것들은 이미 정해져 있으니 일정에 맞춰 선후를 정하라. 수업 내용을 살펴 경중을 확인하고 상황에 따라 완급을 조절하라. 큰 그림을 그렸다면 이제 남은 것은 강사의 정성뿐이다. ​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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