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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 거 하기




​"과정 어땠어요?"

대여섯 명의 다이브 마스터 후보생들을 같은 기간 동안 지도한 적이 있다. 모두들 젊은 나이의 또래였고 팀워크도 좋아 강습을 진행하는 내내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다. 두 달여간의 모든 교육을 마치고서 그간의 소회를 밝히는 자리. 누구는 예상했던 것보다 힘들었다 말하고, 누구는 생각했던 것보다 쉬웠다고 말한다. 과정 수행에 필요한 기본기가 부족했던 친구들은 해당 파트에서 나름의 고충이 있었을 것이다. 반면 과정이 쉬웠다고 말하는 친구들은 커리큘럼을 이행하는데 필요한 능력을 사전에 잘 갖춰뒀기 때문일 것이다.



과정의 쉽고 어려움. 이러한 차이는 강사 개발 과정을 진행할 때 더 확연히 나타난다. 어떤 후보생들은 교육 기간 동안 별 무리 없이 커리큘럼을 소화해 나가는 반면, 어떤 후보생들은 일정 진행에 버거움을 호소하며 온갖 스트레스에 시달린다. 강사 과정은 교육을 이수한 다음 시험에 응시하여 교육 진행자와는 별개인 독립된 평가를 받아야 한다. 이러한 시스템이 자격 당락에 대한 부담을 가중시킬 수는 있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모두 동등한 자격으로 과정에 임하는 것임에도, 앞선 과정들에 비해 후보생들이 느끼는 난이도의 차이는 더 크다고 보인다. 출발점에서 그리 멀리 오지 않았을 때는 그 차이가 별반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 그러나 먼 길을 지나 강사 과정이라는 문턱에서는 그 기본기의 차이를 여실히 드러낸다.





과정의 커리큘럼을 이행하는 데 필요한 능력, 즉 기본기는 어떻게 갖춰야 할까?

초등 교육을 거쳐 중등 교육을 받고 이후에 고등 교육을 받듯 다이버 과정 또한 마찬가지다. 어드밴스드 과정에서는 그전 단계인 오픈워터 과정에서 배우는 내용을 다루지 않는다. 스페셜티 과정이나 레스큐 다이버 과정, 프로페셔널 다이브 마스터 과정 또한 그렇다. 그저 그전 단계에서 전하는 지식과 기술을 제대로 배웠고, 내용을 온전히 습득했다는 전제하에 다음 과정의 커리큘럼은 진행된다.



강사 과정 또한 단체의 교육 기준과 강습 시스템을 배우는 것이지 그전 단계에서 다룬 내용을 다시 배우는 것은 하나도 없다. 이렇듯 기본기를 갖추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앞선 과정들에 충실히 임하여 제대로 배우는 것이다. 혹여 그렇지 못했다면 어떤 방식으로든 빈 곳을 메꿔야 훗날 탈이 없다. 이 외의 방법을 나는 아직 알지 못한다.




만약 무언가를 어렵게 느끼는 강습생을 위해 강사 임의로 그 기준을 낮춰주거나 생략하면 어떨까? 반대로 커리큘럼의 난이도를 쉽게 느끼는 강습생을 위해 그 평가 기준을 더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은 좋을까? 우선 PADI의 기준에는 강습의 진행은 규정에서 정한 데로 하되, 강사 임의로 더 하거나 덜 해서는 안 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모두 살펴본 것은 아니나 여타 교육 단체들의 기준도 별반 다르지는 않을 것이다. 강습생이 두 개 알아야 할 것을 하나만 알려준다거나, 두 개 알면 될 것을 세 개 알기를 강요하는 것은 적어도 PADI 기준에는 어긋난다.



가령 강습생이 수영을 못한다고 해서 강사 재량으로 평가 기준을 낮춘다거나, 반대로 수영 선수라는 이유로 그 기준을 더 높게 책정해서는 안 된다. 오픈워터 강습생에게 마스터와 같은 능력을 갖추기를 요구해서는 안 되며, 마스터 과정에 임하는 강습생에게 오픈워터 다이버의 기준으로 평가해서는 안 된다. 물론 강습생이 능력이 출중해 하나를 알려 줬는데 스스로 두 개를 알게 되었다면 이는 마땅히 칭찬해 줄 일이다. 그러나 정한 기준을 벗어나 임의로 무언가를 덜 하거나 더 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이것은 강습 시스템을 디자인하고 적용하는 것에 대한 법적인 문제도 결부되어 있지만, 이를 떠나 강습의 커리큘럼과 그 평가 기준을 통일되게 적용하여 모두에게 공평을 기하기 위함이다.




강습에 임할 때 쉽고 어려움을 느끼는 정도, 즉 기본기의 격차를 줄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우선 누구나 능력의 차이는 있으며, 어느 한 사람이 모든 것을 다 잘 하고 못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전제로 시작하는 것이 좋겠다. 과정에 임하는 이들에게 사전에 커리큘럼과 그 적용 기준에 대한 정보를 명확히 전달하여 스스로 준비하게 하는 것이 좋겠다. 또한 공장에서 찍어내는 듯한 일정에 모두를 맞춰 획일적인 강습을 진행하는 방식은 가능하다면 지양하는 것도 좋겠다. 만약 그럴 수밖에 없다면 혹여 있을 상황을 대비해 진행 간에 일정을 조정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는 것도 방법이다.



​못 하는 것을 할 수 있게 하고, ​할 수 있는 것을 잘 하도록 하며, 잘 하는 것을 더 잘 하게끔 하는 것. 이것이 강습의 목적임에는 틀림없다. 그것이 자격에 관한 것이라면 일정 기준에 부합하도록 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다 백 점을 맞아야 할 이유 또한 없다. 다이빙을 즐기고 좋아하는 것을 한낱 점수로 평가할 수는 없는 일이지 않은가. 강사는 무엇을 가르쳐 줘야 하고 강습생은 무엇을 배워야 하는지를 서로 알아, 할 것은 하되 완벽을 기하지는 말아야 한다. 그러니 더도 말고 덜도 말고 그저 할 거 하라.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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