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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한다는 것에 대하여




"강사님~ 마사지 어느 집이 잘해요?"

신기할 정도로 거의 모든 사람들이 같은 질문을 한다. 태국은 마사지가 유명하다. 관광지라면 한 집 건너 하나씩 마사지 가게가 있을 정도다. 나는 개중에 오래되고 깔끔한 집을 추천은 해 준다. 하지만, 그분께 그 집 마사지사의 손길이 잘 맞을지는 장담할 수 없다. 경험과 기술의 차이는 있겠지만, 마사지란 해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간의 궁합이 잘 맞아야 한다. 어느 '집'이 잘 한다기보다는 어느 집의 '누가' 잘 하느냐이고, 그 또한 받는 '사람'마다 다른 것이다. 일손이 바쁠 때는 마사지 가게 아줌마들이 이집 저집으로 출장을 다닌다는 것은 함정이다.



봄, 가을 결혼 시즌이 되면 아름다운 섬 낭유안에는 신혼부부들로 미어졌다. 속도위반을 제외한 대부분의 커플들은 가이드의 꼬드김에 넘어가 체험다이빙을 신청했다. 한 쌍당 한 명의 강사를 배정해 한 시간 동안 진행한다. 어느 날, 물을 몹시 무서워하던 신부를 나는 끝내 담그지 못했다. 제자이자 동료인 여강사에게 그 팀을 다시 맡겨 진행토록 했다. 그녀는 그들을 담그는데 성공했다. 다이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은 경험이 많다고 해서 더 잘 하는 것은 아님을 증명했다. 다이빙 또한 마사지를 주고받는 것과 같이 대면하여 교감하는 것이다. 함께였기에 죽이 딱 맞는 학생과 강사가 만났다.



해외에서 다이브 숍을 꾸릴 때 나는 이런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강사들 중 상위 20%를 고르고, 거기서 다시 상위 20%를 추려 함께하겠다는... 하지만 그것이 얼마나 허황된 생각이었는지를 깨닫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획일화된 상위 4%로는 각양각색인 나머지 96%의 고객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임을 간과했다. 보다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안을 모색했다. 그것은 '틀림'이 아닌, '다름'을 보는 데에서 시작한다.



함께 하고 있는 동료 강사들을 보면 저마다 가진 능력과 관심사가 다름을 알 수 있다. 모 강사는 물속에서는 방향치였지만 성격만큼은 꼼꼼했다. 그녀에게는 펀 다이버 리딩 업무의 비중은 줄이고, 서류 관리나 전산 작업과 같은 사무 업무의 비중을 높였다. 모 강사는 강습보다는 다이빙 장비에 관심이 많았다. 그에게는 장비 관리 업무를 정(丁)으로 맡겼다. 모 강사는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을 좋아했고, 모 강사는 영상 촬영에 관심이 많았으며, 모 강사는 외국어에 능숙했다. 구성원 각각의 능력치와 관심사를 살펴 잘 하는 부분은 부각시키고 부족한 부분은 서로 보완했다.




가끔 강습 예약을 하면서 강사를 선택하는 경우가 있었다. 다른 이유도 있겠지만, 경험 많은 강사에게 강습을 받겠다는 것이다. 바쁜 시즌 중에는 짜인 스케줄대로 강습이 돌아가다 보니, 원하는 일정에 원하는 강사를 배정할 수가 없다. 꼭 그 강사에게 강습을 받고자 한다면 여행 일정을 그 강사의 일정에 맞춰야 한다. 그렇지 못할 경우엔 다른 특별한 사유가 있지 않는 한, 강사를 지목하지 않도록 부탁했다. 특별한 사유란, 아이를 좋아하는 강사에게 아이들 강습을 맡긴다거나, 갱년기로 조울증을 심하게 앓고 있는 까칠한 아내를 경험 많은 노련한 강사에게 맡기는 등의 경우다.


나는 강사를 선택할 이유를 없애기 위한 하나의 방편으로, 강사들의 강습 상향 평준화를 바랐다. 이것은 팀의 강습 운영을 시스템화하여 체계적으로 돌리기 위함이기도 했다. 여름과 겨울의 시즌이면 우리는 일과를 마친 늦은 오후 작은 미팅을 가졌다. 강사들과 준 스태프 격인 다이브 마스터 교육생들까지 모두 모였다. 스케줄과 전달사항을 공유한 후, 각자가 맡고 있는 진행 상황에 대해 토론했다. 나는 이것을 학술회의라고 칭했다. 강사들은 저마다 맡고 있는 진행에 변수가 생긴 상황이나 의문점들을 모두 내놓는다.




미리 주었던 교재와 비디오를 강습생이 안 보고 왔단다.

제한 수역 세션 진행 중에 한 명이 물을 너무 무서워해서 십 분간 떠있기를 실행하지 못했단다.

개방 수역 세션 진행 중에 한 학생이 압력 평형이 안돼서 다이빙을 진행하지 못했단다.

어드밴스드 다이버 과정을 진행하는데 학생 다이버가 중성부력 자체를 이해하지 못하고 있단다.

펀 다이버 리딩 중에 oo 포인트에서 길을 잃어 다이버들을 데리고 백여 미터 수면 수영을 했단다.

레스큐 다이버 코스를 진행하는데 oo 포인트에서 엑서사이즈의 순서와 시나리오는 어떻게 진행할지 궁리 중이란다.



발생한 그리고 궁금한 모든 사안들을 펼쳐놓고 허심탄회하게 논의한다. 강습 기준과 다이브 숍의 정책과 처한 상황을 면밀히 살펴 방향을 찾아야 한다. 모두의 경험과 해결 방법을 함께 숙고하고 이를 공유함으로써 다 같이 배우는 것이다. 미팅을 시작한 이후부터는 누가 어디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해도, 그리고 팀티칭이 이루어진다 해도 거의 문제 되지 않았다. 함께 한다는 것은 시계 안의 크고 작은 톱니가 각자의 자리에 놓여 조화를 이루고 질서 있게 돌아가는 것이다. 완전하지 않은 각자가 모여 전체를 이뤄 바늘을 오차 없이 돌린다. 그렇게, 바랐던 4%를 향해 간다.















- PADI Course Director

- PADI Specialty Instructor Trainer

- EFR Instructor Trainer

- 1500+ PADI Certifications Issued since 2002

- 4900+ Dive Log since 2001


- 2018 서울 제로그래비티

- 2013 서울 엔비다이버스

- 2013 코타키나발루 CDTC 졸업

- 2010 태국 꼬따오 아시아다이버스

- 2008 태국 꼬따오 플래닛스쿠바

- 2004 태국 꼬따오 코랄그랜드

- 2003 호주 케언즈 3D어드벤쳐스

- 2002 태국 푸켓 다이브아시아

- 2002 PADI 인스트럭터 #471381

- 2001 PADI 다이브마스터

- 2001 PADI 다이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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