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출을 보기 위해 제주 성산 일출봉을 꼭두새벽에 오른 적이 있다. 당시에는 디지털카메라가 상용화되기 전이라 필름 카메라를 사용할 때다. 성산을 오르는 초입에는 필름을 시세보다 비싸게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성산 중간쯤에 자리 잡은 노점상은 시세보다 두 배 값을 불렀다. 일출봉 정상에 있던 할머니는 세 배를 불렀다. 필름 한 롤에 고작 이삼십여 장 밖에 없던 터라 동이 트기 시작할 무렵 이미 다 써 버리고 말았다. 시간이 갈수록 해오름이 더 아름다운데 안 사고 배기랴.
배낭여행 중에 만났던 한 여행자가 있었다. 그는 근처의 모 한식당을 비난하는 글을 인터넷에 올렸다. 근방에 있는 다른 집보다 소주 값을 더 비싸게 받는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싸다 와 비싸다의 의미는 지극히 상대적인 개념이다. 낮은 값이 있어서 높은 값이 존재하고 비싼 것이 있으므로 싼 것이 있는 것이다. 집에서 멀리 있는 할인마트는 가까운 편의점보다 싸다. 고급 주점에서 끓여주는 라면은 분식집에서 먹는 라면보다 비싸다. 평일에 이용하는 항공권은 주말에 이용하는 항공권보다 싸다. 이십 년 차 프로페셔널의 레슨은 신참내기보다 비싸다. 모두 형평을 고려한 값이고 나름 이유 있는 다름이다. 선택은 자유일진대 굳이 비난까지야.
지금은 변경되었지만 예전의 PADI 강사개발과정 커리큘럼에는 '코스 가격 책정하기' 워크숍이 있었다. 다이브 숍을 운영하고 강습을 진행하기 위해 필요한 비용과 이윤 책정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이다. 모든 사업이 그렇듯 원가에 수익이 더해져야만 이윤을 얻어 활동을 영위할 수 있다. 강사 자격을 카드 게임으로 얻은 게 아닌 이상, 다이빙을 잘 하고 강습을 잘 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이때 강사 후보생들에게 던지는 첫 번째 질문이 있다. "강사님들은 하루 일당으로 얼마를 받고 싶습니까?"
많은 사람들이 강습비나 여행비의 대부분을 숍과 강사의 수익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강사개발과정의 프라이싱 하기에 따라 강습과 다이빙을 진행하는데 필요한 경비가 어떻게 이뤄져 있는지 살펴보자.
장비가 필요하다.
스쿠버다이빙은 물속에서 하는 활동인 만큼 고도의 기술로 만들어진 여러 가지 장비들이 필요하다. 이는 대량생산이 아닌 소수의 사람들에 의해 사용되는 것이기에 대부분이 고가다. 강사의 장비를 포함한 모든 장비는 감가상각을 적용해야 하며 정기적인 점검과 유지비가 든다.
교재와 자격증 발급비가 필요하다.
이 비용은 교육 단체에 지불된다. 단체는 이 수익으로 회사를 꾸려 나가고 멤버들과 다이버들을 지원한다. 그것이 그들이 존재하는 이유이자 목적이다.
이론 수업을 진행할 장소가 필요하다.
교실을 빌릴 수도 있고 공원 벤치에서 진행할 수도 있으며 커피숍에서 할 수도 있다. 외부의 간섭이 없고 강습에 필요한 요소들을 두루 갖춘 곳, 바로 다이브 숍과 같은 전용 공간을 운영한다면 비용은 더 는다.
수영장 시설이 필요하다.
가까운 곳에 수영장과 같은 알맞은 수심과 수온 높고 잔잔한 수역이 있지 않는 한, 일반적으로 다이빙할 시설을 갖춘 전용 수영장을 이용해야 한다. 시설 이용 비용은 강습생과 강사 모두에게 요구된다.
바다에 갈 여행비가 필요하다.
바다로 차를 몰고 가든, 비행기를 타고 제주도나 해외로 가든 그에 상응하는 비용이 든다. 물론 멀리 갈수록 더 들고 숙식이 필요한 여행이라면 비용도 그만큼 추가된다.
바다 현지에서의 서포트가 필요하다.
압축 기체 실린더와 웨이트와 같은 장비들이 필요하고 다이빙을 준비하고 진행할 장소와 다이브 보트, 휴식공간, 샤워시설 등이 필요하다. 이에도 당연히 강사를 포함한 모두의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강사 자격 유지비와 각종 지출금이 필요하다.
강습을 진행하고 자격증을 발급하는 강사는 교육 단체에 소속되어 있어야 한다. 강사는 매년 단체에 연회비를 지불한다. 만일을 위해 보험에도 가입해야 한다. 단체에서 인증받은 다이브 숍을 운영한다면 매년 숍 등록비와 보험료도 지불해야 한다. 국가에 내는 부가세와 소득세 등의 세금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상 강습과 다이빙 진행에 필요한 비용들을 간략히 살펴봤다. 이것은 제품으로 치자면 원가인 셈이다. 이 모든 비용을 더해서 강사에게 지불하면 그 비용이 '공짜'가 된다. 강사가 공짜로 가르쳐주겠다는 말은 바로 이 말이다. 공짜 강습이 아니라면 여기에 이윤을 더해야 한다. 위에서 강사 후보생들과 함께 논의했던 질문을 다시 한다. "강사님들은 하루 일당으로 얼마를 받고 싶습니까? 그것을 더한 값이 여러분들의 강습 비용입니다."
종종 가격 책정을 제대로 했는지 의문이 드는 비용을 제시해 놓은 곳을 볼 때가 있다. 이때 내가 생각하는 것은 세 부류다. 프라이싱을 꼼꼼히 살피지 못했거나, 다이빙은 시간과 인원에 제한이 있음을 간과했거나, 교묘한 눈속임으로 고객을 현혹시키거나. 잘못된 가격 책정은 시장을 교란시키고 업계와 고객 모두를 늪에 빠뜨린다. 만약 이윤이 적거나 발생하지 않는다면 원가를 줄이게 되고 이는 곧 황당한 다이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그것은 누가 좋은가.
화무십일홍 권불십년 (花無十日紅 權不十年)
열흘 동안 붉은 꽃은 없고 아무리 높은 권세도 십 년을 지속하지 못한다. 짧다면 짧은 지난 이십여 년 동안, 파격적인 방식으로 십 년은커녕 그 반이라도 지속한 곳을 본 적이 없다. 밤잠을 설쳐가며 일출봉에 올랐을 할머니는 그 값이 아니라면 결코 오를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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