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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다이빙에 대하여




소싯적 태국의 어느 작은 섬에 살았을 때다. 날씨 좋은 어느 날, 동료들과 함께 프리다이빙 장비를 챙겨 섬 뒤쪽의 바닷가로 향한다. 해녀들의 테왁 마냥 수면 위에 비시디 하나를 띄워놓고 망으로 된 가방을 매단다. 한숨 크게 들이쉬고 물속으로 내려간다. 아래엔 손바닥만 한 방석 고둥과 뿔소라가 많다. 깊은 곳에 사는 녀석일수록 실하다. 여럿이서 한참의 자맥질을 하고 나면 가방을 충분히 채운다. 압력밥솥에 찐 그때의 소라 맛을 잊을 수 없다. 섬 생활을 단조롭지 않게 해 준 즐거운 추억으로 남아있다.



그 즈음 섬에는 '아프니아 토탈'이라는 업체를 필두로 프리다이빙 숍들이 하나 둘 문을 열었다. 스쿠버다이빙을 교육하는 단체들도 프리다이빙 코스를 내놓기 시작했다. 한국에서도 어느 때부터인가 프리다이빙이 인기를 끌었다. 이후 한국으로 들어오게 된 나는 시류에 뒤처지지 않기 위해 정식으로 단체의 자격증 과정에 임했다. 물론 소라를 채취하는 일은 더 이상 하지 않는다. 과정 이후에도 계속해서 호흡을 참는 시간을 늘리고 잠수 수심을 늘리는 트레이닝을 이어갔다. 더 오래, 더 멀리, 더 깊이...





실력을 늘려나가는 것은 좋은 것이지만 원하는 목표에 도달하지 못했을 때는 즐겁지가 않다. 공교롭게도 그 목표는 뫼비우스의 띠처럼 끝이 없다. 결국, 다른 다이버들과 그리고 나와의 경쟁 그 자체가 되었다. 물을 즐기는 하나의 방법인 만큼 누군가 강습을 요청해 오면 나는 기꺼이 즐거운 마음으로 진행한다. 그럼에도 스쿠버다이빙과 프리다이빙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 나는 망설임 없이 경쟁이 필요치 않는 스쿠버다이빙을 택할 것이다. 어디까지나 물을 즐기는 취향인 만큼 다름을 틀림으로 오인하지 않기를 바란다.



평생 해오는 일이 다이빙이다 보니 눈에 띄는 영상이나 글도 관련된 것들이 많다. 종종 여느 강사들이 SNS나 블로그에 올린 글을 볼 때가 있다.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 주는 글도 있고, 판매나 홍보를 목적으로 하는 글도 있다. 모두 많이 배운다. 고마운 일이다. 개중에는 읽으면서 마음이 불편해지는 글도 있다. 프리다이빙을 하며 느꼈던 감정이 되살아난다. 스쿠버다이빙을 하면서도 누가 더 잘하나 경쟁하고 있는 것이다. ​더 많은 기술, 더 많은 장비, 더 많은 교육, 더 많은 경력... 물론 경쟁 자체가 잘못된 것은 아니나, 그 목적을 향한 접근 방법과 여과되지 않은 표현 방식에 반감이 인다.​





다른 강사들이 하는 방식은 틀렸고 내가 하는 게 옳단다. 정말 그런 걸까. 틀린 것이 아니고 다른 것은 아닐까. 단편만을 보고서 전부를 본 것처럼 말하는 것은 아닐까. 그렇게 남을 깎아내려야만 자신이 돋보인다고 여기는 걸까. ​설령 그의 방식이 옳다 하더라도 다른 강사들도 언젠가는 알게 되지 않을까. 훗날 그보다 더 많이 알고 더 잘 하게 되지는 않을까. 그렇다면 그를 통해 배운 다이버들은 모두 완벽하게 하고 있을까. 그 다이버들은 자신이 선택한 강사만이 옳고 다른 강사들의 방식은 잘못된 것이라고 여기지는 않을까. 그렇게 또 경쟁을 시작하지는 않을까...​



예전에 썼던 몇몇의 글 말미에 나의 미천한 다이빙 경력을 펼쳐 놓은 것이 있다. 기실 글을 읽어 준 독자들에게 섣불리 쓴 것이 아님을 전하고픈 마음도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글쓴이의 경험치가 이 정도 수준밖에 안 되니 부디 감안해서 봐 주십사 하는 의도도 있다. 생각과 표현은 자신이 보고 듣고 경험한 것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지금 쓰고 있는 이 글도 결코 예외는 아니다.


각자무치(角者無齒). 뿔을 가진 자는 이빨이 없다. 두 가지의 능력을 동시에 가질 수는 없는 것이 세상의 이치라고 했다. 아무도 모든 것을 알지 못하고, 그 누구도 모든 재주를 가지지 못하며, 내가 아는 것이 옳지 않을 수도 있음을 보라.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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