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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비 조립 정립하기 ​




오래전, 교재를 직접 소지가 아닌 대여해서 보고 반납하던 시절이 있었다. 오픈워터 코스를 마치고서 학생 다이버들과 마지막 로그를 작성할 때, 나는 로그북의 한 면을 할애하여 두 가지 정보를 더 적도록 했다. 하나는 장비 조립 순서이고 또 한 가지는 사전 안전점검(BWRAF)이다. 이후 더 이상 참고할 책도 없을뿐더러 스쿠버다이빙을 진행할 때 이 두 과정을 그만큼 중요하게 여긴 까닭이다. 지금은 기준이 바뀌어 강습생이 교재를 각자 소지하게끔 하고 있고 SNS 등을 통해서도 그 내용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다이버들이 이 절차를 제대로 시행하지 못하는 것을 적잖게 본다. 이 글은 장비 조립과 준비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을 정립하고 그 단계를 쉽게 기억하도록 하기 위함이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때 발생하는 대부분의 비상 상황은 자연의 영향과 그에 따른 다이버의 심신 상태, 그리고 장비의 오작동과 관련이 깊다. 다이버가 아무리 뛰어난 능력과 기술을 갖췄다 하더라도 대자연의 힘은 넘어설 수 없으며 장비의 고장 또한 어찌할 도리가 없다. 때문에 다이빙할 환경을 면밀히 살피고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음을 염두에 두어 항상 보수적으로 행할 것을 권하는 이유다. 하지만 장비에 대한 위험성은 사전에 철저한 점검으로 대부분 예방할 수 있다. 다이빙을 준비하는 단계에서 한 번 점검하고 물에 들어가기 전 버디와 하는 사전 안전점검으로 재차 확인하며, 그래도 이상이 발생할 경우를 대비하여 이를 대처하는 방법들을 배우고 익혀두는 것이다.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 첫 번째 과정인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는 장비 이상 시에 대처하는 방법들을 대거 다루고 있다. 스쿠버다이빙 활동 자체가 장비 의존형 레저 스포츠이기도 하거니와, 장비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를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PADI 오픈워터 다이버 코스에서는 제한수역 섹션에서 최소 다섯 번의 장비 조립과 분리를 시행하도록 규정짓고 있다. 이후 최소 4회의 개방수역 다이브까지 합하면 코스를 마칠 때까지 최소 아홉 번의 장비 조립과 분리를 하게 된다. 그럼에도 많은 다이버들이 이 절차를 제대로 실행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강사가 최소한의 횟수를 다 실행하지 않아 정립될 만큼의 경험을 갖지 못했을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다 하더라도 오랜 시간이 지나 잊어버린 경우도 있겠다. 여러 이유 중에 가장 큰 원인을 하나 꼽자면 다이버 스스로 장비 조립의 중요성을 명확히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싶다. 설마 이상 있겠나 하는 안일한 마음과 버디나 팀의 리더를 향한 맹목적인 의지 또한 그것의 중요성을 둔감하게 하는 이유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것은 누구의 탓일까? 강사는 학생 다이버들에게 건조한 강습을 넘어 그것의 중요성을 십분 강조해야 하지 않을까. 또, 다이버들이 그 절차를 잘 기억할 수 있도록 간단하고 명료하게 전달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야 하지 않을까.



여느 다이버들은 장비 조립의 순서를 바꿔서 하거나 어떤 부분을 생략하기도 한다. 단계가 많아 헷갈리기 때문이기도 할 테지만 각각의 단계들이 왜 중요한지 이해하지 못 한 탓이 더 크다고 본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실린더는 물속에서 마실 기체를 고압으로 압축해 넣은 장치다. 그러므로 어디 세는 곳은 없는지, 다이빙을 하는 동안 사용할 기체 량이 정확히 들어있는지를 중점으로 살펴야 한다. BCD(부력조절장치)는 수면과 수중에서 편히 떠 있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이므로 공기주머니의 펑크나 기체 주입과 배출이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중점으로 살펴야 한다. 호흡기는 물속에서 호흡할 때 이상 없이 부드럽게 기체 주입이 되는지를 주안점으로 살펴야 한다. 이처럼 그 장비들을 사용하는 이유와 작동 원리, 그리고 그에 따른 위험 요소를 알면 장비 조립의 순서는 보다 명확해진다.




여러 스쿠버 장비들 중에 실린더와 비시디, 호흡기 이 세 가지를 합쳐 스쿠버 키트라 한다. 장비를 조립하는 것은 바로 이 세 개의 장비를 서로 맞물리도록 체결하는 것이다. 장비 조립의 총 과정을 아홉 단계로 보자. 이를 '조립, 점검, 정리' 세 단계로 나누고 각 단계마다 세 개씩 진행한다. 기억하기 쉽게끔 '장비 조립 3.3.3'으로 명명했다. 장비의 조립은, 조립 -> 점검 -> 정리 이 순으로 진행해야 한다. 조립하지 않았는데 점검할 수 없고 정리를 먼저 해 뒀는데 이상이 발견되면 다시 해체해야 하기 때문이다. 요약하자면, 세 개의 장비를 맞물려 조립하고, 세 개의 장비를 각각 점검한 후, 세 개의 장비를 각각 정리하는 것이다. 이에 각 단계들에 대한 세부적인 수순을 열거해 본다. 장비를 떠올리며 글의 순서대로 따라가 보자.






조립 3단계

- 실린더 오링 확인 & 밸브 내 습기 제거

1. 실린더에 비시디 장착 - 위치와 높이를 맞춰 장착한 후 하네스가 느슨하진 않은지 확인

2. 실린더 밸브에 호흡기 1단계 장착 - 맞닿는 오링이 살짝 눌릴 정도의 힘으로 조임

3. 호흡기 인플레이트 호스와 BCD 주름관 호스 결합 - 착탈 법 숙지하기

이것으로 조립이 완성되었다. 이게 전부다. 다음 단계로 넘어가 보자.

다음은 조립이 잘 되었고 모든 장비가 이상 없이 작동하는지 확인하는 점검 단계다.

점검 3단계

1. 실린더 확인 - 호흡기 퍼지 버튼 누른 채 실린더 밸브 열기 - 오링 부분 기체 누출 확인, 잔압계 압력 확인

2. 호흡기 확인 - 2단계 모두 호흡해 보며 이상 유무 확인

3. 비시디 확인 - 인플레이트 & 디플레이트 버튼 이상 유무 확인, 블래더 펑크와 자동 부풀어 오름 확인, 덤프 밸브 이상 유무 확인

이것으로 점검을 마쳤다. 마지막으로 정리하는 단계다.

정리 3단계

1. 잔압계 고정

2. 호흡기 2단계 고정

3. 그 밖의 장치들 정리 & 고정

정리까지 모두 마쳤다면 스쿠버 키트가 넘어지지 않도록 눕혀 놓거나 고정해 둔다. 이때 다이빙을 바로 하지 않는다면 실린더 밸브를 잠가 둔다. 마스크, 핀, 웨이트 등 다이빙에 사용할 그 밖의 장비들이 다른 다이버의 것과 섞이지 않도록 한데 모아 정리해 둔다.




세 개의 장비를 조립하고, 세 개의 장비를 점검한 후, 세 개의 장비를 정리한다. 장비 조립 3.3.3

나름의 방식에 따라 순서에 약간의 변경을 줄 수는 있겠으나 대체적으로 위의 단계를 따르지 않을 수 없다. 노련한 강사나 경험 많은 다이버들은 이 수순을 대충 하는 듯 보이나 실은 신속하게 하는 것일 뿐이다. 우선은 정석된 방법으로 각 단계를 정립해 두라. 순서를 정해 익혀두면 급히 해도 헷갈리지 않는다. 제대로 받은 교육과 서로 신뢰하는 버디와 잘 관리된 장비, 그리고 자연을 경외하는 마음을 갖췄다면 언제나 마음 편한 다이빙이 되리라고 믿는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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