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습이나 여행을 진행할 때 우리들끼리 적용하는 규칙이 하나 있다. 다름 아닌 '벌금 제도'인데 일련의 항목에 해당될 경우 정한 벌금을 내어 구성원들에게 커피나 밥을 사야 한다. 시행 전 함께 할 이들에게 규칙을 설명하고 동의를 구한다. 만약 누구 하나라도 찬성하지 않는다면 이 게임은 실행할 수 없다. 다행히 지금까지 예외는 없었다. 이에 동의하는 순간 모두들 동료들을 예의 주시하기 시작한다. 재미난 놀이가 시작된 것이다. 공평을 기하기 위해 벌금은 이와 같이 정했다. 오픈워터 다이버는 1만 원, 어드밴스드는 2만 원, 레스큐는 3만 원, 마스터는 4만 원, 강사는 5만 원이다.
규칙의 조항들 모두 다이빙과 관련된 것으로 총 다섯 개 항목이다.
첫째, 마스크를 이마 위에 올림
둘째, 수영장 난간 등을 잡고 의지함
셋째, 공기통 혹은 에어탱크 이외에 달리 부름
넷째, 장비를 흘리거나 잃어버림
다섯째, 부정적인 말이나 표현을 함
이 항목들 모두 다이빙을 잘 하기 위한 목적과 결부되어 있음이 분명하다.
어떤 연관이 있으며 그 취지가 무엇인지 기술해 본다.
첫째, 마스크를 이마 위에 올림
스노클링이나 다이빙 스폿에서 다이버들이 가장 많이 줍는 것는 고프로와 마스크라고 한다. 손에 들고 다니다가 떨굴 수 있는 고프로는 그렇다 쳐도 얼굴에 쓰고 있는 마스크는 왜 떨어뜨렸을까? 아마도 십중팔구는 이마 위에 올려뒀다가 벗겨진 것이리라. 마스크를 벗어둬야 한다면 목에 내려 걸면 잃어버릴 염려는 없을 것이다. 장비가 익숙하지 않은 초급 다이버라면 다이빙 동안 마스크를 벗을 일은 더욱 없어야 한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음으로써 코가 아닌 입으로만 호흡하는 스쿠버 호흡 방식에 익숙해진다. 또한 마스크를 벗었다 쓰면 안쪽 유리면에 서리가 끼고 마스크 스커트에 머리카락이나 후드가 끼기도 한다. 기껏 마스크 한 번 벗었을 뿐인데 불편함과 스트레스는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렇게 다이빙을 망친다.
둘째, 수영장 난간 등을 잡고 의지함
다이빙을 막 배우기 시작했거나 초급 다이버라면 장비를 착용하고 수면 위에 떠 있을 때 몸이 마음처럼 가눠지지 않을 것이다. 그렇다고 해서 매번 무언가를 잡고 의지한다면 장비에 적응할 수도 없을뿐더러 몸을 가누는 방법도 체득할 수 없다. 다이빙을 수영장에서만 할 게 아니라면 바다에는 잡을 난간이 없다는 것도 기억하자. 스쿠버다이빙을 배우고 경험을 축적해 나간다는 것은, 장비에 익숙해지고 기술에 숙달되며 환경에 적응하는 이 세 가지 과정을 반복하는 것이다.
셋째, 공기통 혹은 에어탱크 이외에 달리 부름
유수한 방송 매체에서 스쿠버다이빙에 사용하는 공기통을 산소통으로 명명하는 경우를 여전히 본다. 다이빙을 정석대로 배운 다이버라면 공기와 산소를 구분할 것이고 이것이 얼마나 큰 차이가 있는지도 잘 알 것이다. 특별한 형태의 다이빙 방식을 제외하고, 공기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다이빙에 산소란 명칭은 명백히 잘못된 용어이므로 바로잡고자 함이다.
넷째, 장비를 흘리거나 잃어버림
스쿠버다이빙을 즐기려면 함께 사용해야 하는 장비들이 많다. 그것들 중 하나라도 없다면 불안한 다이빙을 하게 되거나 아예 하지 못할 수도 있다. 다이빙을 무탈하게 즐기기 위해서는 작은 것 하나라도 꼼꼼하게 챙기고 소중히 다뤄야 하는 이유다. 대개는 다이빙을 준비할 때보다 마치고서 다시 챙길 때 흘리는 경우가 더 많은 듯하다. 스쿠버 장비 대부분이 여타 물놀이 장난감보다 값도 더 비싸지 않은가. 기증할 생각이 아니라면 장비 목록을 작성하여 더블 체크하는 습관을 들여보자.
다섯째, 부정적인 말이나 표현을 함
다섯 가지 항목 중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대목이다. 군대에 훈련받으러 온 게 아니라면, 하기 싫은데 누가 등 떠밀어 하는 게 아니라면, 재미난 물놀이하는데 굳이 싫은 소리 할 이유가 있을까. 혹여 그런 심경이다 하더라도 부정적인 말이나 표현을 입 밖에 내는 순간 재미는 더 이상 거기에 머물지 않는다. 본인은 물론 함께 하는 동료들까지도 사기는 저하되고 진행하는 강사는 맥이 빠진다. 무언가 순조롭지 않거나 내 마음 같지 않더라도 다이빙은 함께 하는 활동임을 떠올려 보자.
프로페셔널 과정을 진행할 때는 위의 기본 다섯 개 항목에 더하여 추가되는 것들이 있다. 본인 자신을 넘어 다이버를 가르치고 팀을 통솔해야 하는 위치라면 더 꼼꼼하고 더 튼튼한 습관을 지녀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일일이 열거하지 않아도 그 항목들 또한 위와 같은 맥락으로 설명된다. 다이빙을 잘 하는 것은 생각보다 멀리 있지 않다. 안전하고 즐거우며 편한 다이빙을 위한 전제 조건은 좋은 습관으로부터 시작한다. 좋은 습관이 바로 실력이다.
John. Young Joon Kim
PADI Course Director #471381
Zero Gravity - Scuba Diving Academy & Club